냄새가 지워지고 있다. 맛난 사과 조각이 있던 소파 테이블, 가끔 주인이 던져주던 고깃 조각 있던 식탁 밑.
주인이 청소 중이다. 눈앞에서 몇 번째 왔다 갔다가 하는지. 정신이 없다. 쓰레기도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하고! 나랑 놀 시간이 없어 보인다 쳇.
특히 걸리는 건 주인이 화장실을 엄청 깨끗이 청소한다는 것. 내가 묻혀둔 냄새들이 싫은 건가? 왜 저렇게 벅벅 닦는 거야. 내가 냄새 맡으며 화장실에 가는 거 몰라? 화장실에서 쉬하지 않길 바라는 거야, 뭐야.
내가 소파와 거실 구석구석에 숨겨놓은 냄새도 물걸레로 싹싹 지운다. 기분이 나쁘지만, 내 냄새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진 않을 테니 상관없다.
주인의 표정이 피곤해 보인다. 오늘 산책은 물 건너간 거야?
아침에도 어딜 다녀오더니 말이야. 킁킁. 땀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오늘이 댄스 운동 하는 날인 거야? 가기 전 텔레비전 화면에 비추면서 연습하는 거 봤다고! 나한테는 보여주면서, 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 번도 안 춰?
내가 편해? 내가 볼 땐 꽤 잘하는 거 같은데. 즐거워 보이는 표정까지. 흥부자는 이 몸이 아닌 듯!
주인이 갑자기 방에 들어갔다. 너무 조용한데. 이렇게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눈길 한번 안 주고 말이야.
기다릴게. 나올 때까지.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엔 화분을 옮기고 있잖아. 식물들을 다른 방으로 옮기고 있네. 나와는 언제 노는 거야?
한 번만 봐줘. 이제껏 기다렸잖아.
저 빨간 이파리는 뭐야? 아, 저번에 폭풍 검색한 그 아이야? 그리고 지금 켜놓은 이 음악은 캐럴인 거야? 언제까지 틀어놓을 셈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긴 해.
나한테 다가온다. 와! 내 차례인가 보다. 역시 주인은 개 하기 나름이야. 여태껏 기다린 보람이 있네.
오늘 비 왔다고 신발 신기는 거야? 그래. 봐줄게. 산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니까 말이야.
브런치 글벗님들,
지난 한 해 동안 달아주신 다정한 댓글과 응원 꾹 감사합니다.
밝아오는 새해, 독자님들 가정과 브런치에 꽃길이 활짝 열리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