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이 좋다
글쓰기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오는 날이면 항상 하늘에서 반가운 비가 내려온다. 비가 내리는 날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비 오는 날에 글 쓰러 오는 것이 오히려 좋다. 비 오는 날의 특유의 감성이 있다. 어둑어둑한 하늘과 맑은 빗소리로 설레기도 하고 가끔 훅 내리치는 천둥으로 긴장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나의 어렸을 적 비 내리는 날을 생각해 보면 우두둑 쏟아지는 비를 온몸에 낭만으로 휘감으며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여김 없이 비가 내리는 하루였다. 오늘은 특별히 태풍까지 찾아온다고 한 날이다. 며칠 전부터 오늘까지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내 마음에 잠시 장맛비가 내렸었다. 다행히 아들은 나에게 장난칠 여유도 생길 만큼 괜찮아졌기에 글쓰기 공부를 하러 왔다.
브런치 작가 클래스를 가는 발걸음은 너무 가벼웠다. 저번주 첫 클래스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석적으로 제대로 글 쓰는 법을 배우진 못했지만 올봄 도서관 글쓰기 수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배운 것이 있나 보다.
2주 차 브런치 작가 클래스에서는 송재영 작가님을 뵙게 되었다. 이번 수업에서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작가님은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으니 걱정 말고 나의 이야기로 글쓰기를 시작해 보세요'라는 말씀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내가 지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이유도 그렇다. 그리고 작은 이벤트로 퀴즈 하나를 내주셨는데 내가 냉큼 맞혀서 책 선물도 받게 되었다. 선물을 받는 순간 <인생이 설레기 시작했다>의 책 제목만큼 설레고 기뻤다. 또한 15분의 잠깐의 글쓰기 시간도 가져서 지금 이 글을 적게 된 것이다.
글쓰기를 한 뒤 선생님들과 글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첫 수업부터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던 선생님의 글이었다. 60대이신데 동화구연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꿈꾸신다고 하셨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내가 다 흐뭇했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치유가 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경청면서도 나의 감정을 환기시켜 준다.
다른 선생님들의 글을 경청하다 보니 나의 글은 감정이 메말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미건조한 느낌 딱 그 느낌이었다. 감정이 왜 메말랐을까? 나이가 든 걸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설레는 감정을 되살려 보려 설렘 가득 담긴 음악을 들어보았다. 음악을 덜 들었는지 설렘의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감정과 마음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어 행복했다. 잠시 장맛비로 젖은 나의 하루에 하루가 끝날 무렵 다시 맑음이 찾아왔다.
우리의 인생에도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번갈아가며 항상 찾아온다. 온갖 성취감과 행복감으로 나를 둘러싼 맑은 날도, 지하 끝까지 나를 몰아세웠던 비 오는 날도 함께 공존했다.
내가 맑은 날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이유는 비가 오는 어둑한 날들을 지나왔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에 비 오는 날이 찾아오더라도 다 지나가게 되리라. 가랑비, 구슬비, 단비, 보슬비, 소나기, 여우비 등 어떤 비들이 나에게 찾아오더라도 오히려 좋은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