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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 포레스트 아내 Jul 22. 2023

산골자유인을 꿈꾸는 도시남편, 첫 시작이야기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산골자유인, 산골땅을 매입하다.

나는 별종 괴짜 남편과 결혼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의 인격체를 소유했다. 

평일에는 아내인 여자가 보살펴 주어야 하는 연약한 남편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진 로봇 태권브이처럼 강철체력 산골인이다.


남편은 평일에는 거실 소파를 사랑하고 티브이 리모컨을 사랑하고 한국기행을 사랑한다.

주말에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산골바람과 툭툭 발끝에 부딪치는 돌부리, 

무지개처럼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을 가슴 떨리게 눈 속에 박아주는 이름 모를 산골의 꽃들을 사랑한다.


아내인 나는 한국의 데이비드 소로우를 꿈꾸는 괴상한 남편의 꼬임에 넘어갔다.

도시를 사랑하는 내가 윌든 호수 옆 숲 속이 아닌 시골 안의 산골에서 5도 2촌을 좋아하는 척 마지못해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멀고도 가까운 20년 전, 같은 직장에서 만나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다.

나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아이들 다닐 학교도 많고, 사람도 북적한 도시가 좋다.

도시를 벗어날 생각도 이유도 없고 내가 사는 도시를 마냥 사랑한다.

그런데 남편이 짧은 연애 끝에 결혼하고 나니, 연애 때 나를 사랑하느라(?) 바빠 그동안 한마디도 없었던 가슴속 웅장한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자신만의 꿈의 공간을 건설해 주체적인 개인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꿈에 부푼 얼굴로 가슴을 펴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나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조금 더 나이 들면 무조건 꼭 시골 가서 사는 거다. 

약속하는 거다. 알았지?"

아니, 나는 당연히 모른다!

당연히 약속할 수도 없다!

멀쩡히 도시에서 직장 잘 다니고 자리 잡고 잘 살고 있는데 뜬금없이 무슨 시골살이 타령일까 싶어 먼 산 쳐다보듯 먼 아파트 쳐다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요상한 남편은 포기하지 않고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원대한 시골살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매일 바쁜 일상에 지쳐가던 눈빛이 나는 자연인이다와 한국기행을 볼 때면 뭔가 소년미가 흐르듯 설레는 눈빛을 아내가 아닌 티브이로 보내고 있었다.


아... 그런 철없는 남편을 보면서 철이 많은 나는 현실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첫째, 시골살이가 자신이 없었다.

둘째, 시골살이가 자신이 없음을 차마 남편이 실망할까 봐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었다.

셋째, 남편이 저토록 시골살이를 원하니 따라갈까 싶어서 시작되는 아이들 교육문제 등 현실적 고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힘든 일들이 생겼다.

남편에게는 새로운 쉼이 필요해 보였고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도와주고 싶었다.

바로 지금이 신혼 초부터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시골살이에 대한 꿈을 이룰 때가 아닌가 싶었다.

남편은 가장에 대한 책임감이 큰 편이라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일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 시골에 가는 5도 2촌 삶을 이야기했다.

요즘 트렌드가 도시인의 5도 2촌 삶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 무조건 도시면 도시, 시골이면 시골, 한 곳만 주거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의 틀을 깨니 도시와 시골살이가 동시에 가능했다.

남편은 기존에 지어져 있는 시골집을 매입하는 게 아닌 허허벌판의 땅을 매입해서 그 땅에 본인의 꿈과 생각을 차근차근 심고 싶어 했다.


우리는 주말이면 도시집과 자동차로 2시간 이내인 시골로 땅을 찾아 다녔고 드디어 남편의 꿈의 왕국 주인이 될 사랑스러운 땅을 만났다.

겨울에 처음 만난 땅이라 녹음이 우거진 초록초록한 색깔이 아닌  갈색으로 뒤덮인 앙상한 나무와 풀들이 무성한 곳이었다.


왠지 땅을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가슴이 울컥하고, 그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오르며 이유 모를 눈물이 흘렀다.

이곳이 앞으로 남편의 쉼터가 되고 꿈을 이루는 공간이 되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미래가 기대되어서 흐르는 눈물이다.

처음 만난 황량함, 그 황량함 속에 따뜻한 땅

하지만 이 기대에 찬 눈물은 잠시였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 한 남편의 개고생이 시작되었다.

꿈이 아니었으면 차마 시도해보지도 않았고 시도하기조차 겁나는 산골 빌런 남편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엄청난 개고생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무지 개척 중에 노을 보며 서 있는 장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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