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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 포레스트 아내 Jul 22. 2023

산골정원 굴삭기로 땅 정리 시작 개고생 시작

한땀한땀 산골아지트 꾸미기, 5도 2촌 시작, 중고 굴삭기 구입

5도 2촌을 과감하게 시작하면서 풀만 무성하게 자라 있는 산골에 가까운 황량한 시골 땅을 매입했다.

도시 직장인이 굴삭기 운전 면허증을 발급받고 중고 굴삭기를 매입해서 진짜 몸고생이 뭔지 체감하면서 남편은 나날이 살이 쑥쑥 빠졌다.

하지만 꿈을 이룬다는 기쁨에 나날이 최저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는 불도저 남편을 둔 아내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항상 걱정이 많다.


우리가 매입한 땅은 풀만 무성하게 자라있는 시골 산골에 있는 황량한 땅이었다.

겨울이라 더욱더 황량하고 처량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 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머릿속에 레이아웃을 만들고 그 레이아웃을 도면으로 작업해서 컴퓨터에 담았다.

남편이 만든 5도 2촌 산골정원 계획도

우리 부부가 첫아이 낳고 시골에 바로 정착하기는 힘들 것 같아 3년 정도 도시 단독주택에 산 적이 있다.

80평 정도의 주택이었는데 마당이 50평이었다.

그 마당 첫 모습은 그냥 마당이었지만 3년 동안 주택은 옷을 갈아입고 또 갈아입어 싱싱함과 푸르름이 파닥이는 정원이 되었다.  

마당 한편에 흰색으로 단장한 닭장이 있고 또 한편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 텃밭, 마당 중앙에는 남편이 직접 만든 예쁜 연두색의 정자가 설치되었다.  

담벼락에는 능소화가 아름드리 늘어져 있고 마당 곳곳에 예쁜 나무와 꽃세상이 자리 잡았다.

집을 방문하는 지인들은 대문 밖과 너무 다른 대문 안 우리 집을 볼 때면 우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탄성을 지를 때가 많았다.

이 주택은 맞벌이에 편한 직장 근처로 이사하면서 매도했지만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특히 이 주택은 지금 시골 땅을 매입할 때 땅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지 미리 상상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황무지 땅이 옷을 갈아입으면 신선이 살고 싶은 산골의 무릉도원도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실한 기대감이 마음속에 있었다.

 

하나하나 남편이 직접 심고 가꾼 주택의 정원

하지만 휘황찬란한 꿈은 잠시이고 잠시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안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주말에 시골을 오가면서 황무지 땅을 일구기가 어디 쉽겠는가!  

남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는 도시 직장인이다.

시골은 토요일 아침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 집으로 와야 한다.

땅 근처에는 편의시설이나 식당도 없다.

땅에는 수도도 없고 화장실도 없다.

땅에는 이름 없는 무성한 풀과 딱딱한 돌덩이만 있을 뿐이다.

일하면서 씻을 곳도 없고 급할 때 이용할 화장실도 없다.

남편은 일하다 배 고프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집에서 가져간 도시락으로 대충 허기만 면하고 다시 일을 했다.


산골 땅 위에는 풀들이 나무처럼 자라 있었다.

땅 위 풀들과 계속 같이 동거할 수도 없고 삽으로 한 뿌리씩 다 벨 수도 없었다.

앞으로 작업하기에 굴삭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굴삭기 면허증을 발급받고 중고 굴삭기를 구입했다.

남편은 겨울에는 추위를, 여름에는 더위를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굴삭기를 탱크 삼아 산골을 지키는 비장한 마음으로 풀들을 박멸해 나아갔다.

굴삭기 매장, 우리와 함께 할  굴삭기 발견
처음 마주했을 때 산골 땅의 모습
어느 정도 정리된 후의 산골 땅. 열심히 일한 굴삭기 늠름한 자태


일하다 밤이 되면 되면 일요일은 집으로 오지만 토요일은 시골 읍내의 모텔에서 잔다.

씻지 못 한 상거지가 되어 모텔에 도착한다.

집에서 엄청 깔끔 떠며 더러움을 싫어하는 남편인데 시골에서 일할 때는 더러움도 온몸에 받아주며 더러움과 함께 하는 자상한 남편이 된다.

그리고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을 잔다.

다행히 몸이 너무 피곤하니 시골 모텔이 허름한지 깨끗한지 더러운지 가리지 않는다.

물 나오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는 원시적 인간이 될 뿐이다.  


이런 남편을 보는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남편이 원하니 땅을 매입하는데 적극 찬성했고 이 땅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도 된다.

그래도 그냥 도시에서 주말을 편하게 보내는 게 좋은 게 아닌가?

주말에 집에서 쉬면서 신상 맛집도 가고 예쁜 카페도 가면서 도심을 즐기면 되는데 왜 상거지가 되어 저토록 고생을 사서 하는지 이해가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가 더 많다.


어느 날 남편 무릎과 발에 있는 큰 상처를 발견했다.

일하다가 도랑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나에게는 말도 안 하고 시골 읍내 한의원에 가서 침으로 응급처치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남편을 보며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항상 걱정이 많다.

앞으로 우리 부부의 5도 2촌이 어떻게 무궁무진 펼쳐질지 미지의 세계, 모험의 세계에 첫 발을 무모하게 디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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