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내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내가 나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슬프게도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와 만나던 시간들을 다른 것들로 채우고 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마음가짐.
"회사동료의 아내가 그냥 일을 그만둔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번에 시험에 붙었더라. 너도 그거 하면 안돼?"
누군가 나에게 말했었다. (이전 글부터 나온 그이다.) 아직도 내가 되받아치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너가 하면 안돼?"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대는 큰 생각 없이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료의 아내가 그 직업을 가지고 있는게 좋아 보였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 직업이 내 현 직업보다 낫다고 생각되었고. 그가 싸우자고 말한것이 아닌걸 알기에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속상함을 가지고 저녁시간을 보냈다. 내 직업이 그렇게 부족해 보였나? 내가 직업을 바꾸길 원해? 그게 날 위한게 맞아?
내가 그 여자보다 뭐가 부족하지?
나는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그 직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길 원했고, 열정을 가지고 있길 바랬다.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그에게 직업을 바꾸라는 말은 실례이니까.
그래서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그에게 내 열정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했구나로. 내 가치를 높이기로 했고, 나를 아끼기로 했다. 적어도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다시 직업을 바꾸라는 말을 하지 못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제빵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밀가루, 버터, 설탕 등의 각 요소에 대한 이해를 하고, 각 조합에 대한 이해를 하고, 부족한 것은 배울 수 있는 곳에 가서 배워야겠지.
나라면 내가 배우고 실습한 것을 글로 남길 것이다. 나만의 힘으로 작더라도 작품을 만들었다면 당연히 블로그에 선보일 것이다. 그게 시중에 있는 케이크보다 부족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나아질 거니까. 이건 내 최종결과가 아닌 과정에 불과하니까.
좋은 제빵사가 되기 위해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로 말할 수 있다. 유튜브로 자신이 혼자 갈고닦은 케이크 실력을 선보이는 사람도 있고, 요리 프로그램에 나가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명확한 길이 있는데 왜 나는 가만히 있는 걸까. 가상세계의 집과 당근농장은 열심히 키우면서 왜 현실에서는 놀고먹는 걸까.
일단 긍정적인 것은 나를 존중하지 않는 이성은 앞으로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를 좋게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회사일을 도와주시던 아주머니 주임님께서 새로운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을 때, 너가 그걸 해서 어디 써먹을거냐고 했던 주임님의 남편같은 사람은 절대 사절이다. 그 남편만 모르고 있을 뿐이지, 주임님이 주임으로 계시기엔 아깝다는 것이 집 밖에서 그녀가 받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