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기록>로 생각해 보는 영화와의 신뢰와 연대
‘시네마 베리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장 루슈와 에드가 모랭이 함께 만든 작품 <어느 여름날의 기록>은 마지막까지 영화가 있는 그대로 사실을 기록해 보여주고 있는지, 아니면 카메라가 의식된 인위적인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자 인물을 단순히 영화 속 인물이 아닌 같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로서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어느 여름날의 기록> 속 인물들은 극영화의 배우처럼 정해진 대본과 동선을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인물들은 그저 감독의 질문에 따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순간에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이야기하며 앞에 마주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거나 동질감을 느끼는 등 현실의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러한 점에서 다큐멘터리 장르는 특별한 연출 없이 현실 그대로를 담은 아주 자연스러운 영화로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인물들이 현재 자기 모습과 상황이 카메라 속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닐지, 감독의 질문에 따라 답변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감독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위적인 연출이 개입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시네마 베리테에서 인터뷰와 같은 감독의 개입은 내면의 진실을 폭로하는 촉매제의 역할로 간주되긴 하지만, 질문이 오직 진실만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감독의 관점을 강화하거나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극영화에서 배우는 주어진 대본을 수행함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작가가 부여한 캐릭터의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인물로서 보통 ‘보이여지는’ 존재로 느껴졌으며 현실과는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어느 여름의 기록>에서 인물들은 정해진 대사나 행동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물이 카메라에 위치를 맞추는 것이 아닌 카메라가 인물의 동선을 쫓음으로써 인물을 단순히 보이는 존재가 아닌 같은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생동감 있는 존재라는 인상을 주며 때때로는 연대감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그들은 스크린이라는 벽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삶을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서로 마주하고 공감하며 상호교류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출연자들은 직접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제 판단과 감상은 나와 같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방심해 있던 상태에 신선함과 당황스러운 충격을 주었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회고하는 모습을 통해 다큐멘터리는 감상자에게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할 뿐 아니라, 대상이 된 출연 당사자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해당 장면을 통해 인물들의 감상과 평가를 토대로 앞선 장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하고,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이나 인물에 대한 감상만 다루는 것이 아닌, 영화의 형식적인 측면에 관한 논의까지 다루며 ‘시네마 베리테’라는 새로운 다큐멘터리의 형식의 사실성과 인위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