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녀>(神女, The Goddess),1934
<신녀>는 근대 중국의 배경 속에서 새로운 여성 주인공과 교육관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고 근대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 <신녀>는 기존 많은 중국 영화가 다루었던 매춘부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지만, 단지 매춘부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로서의 삶과 근대 중국에서의 삶에도 초점을 맞추며 한 여성의 삶을, 당대 하층민으로서의 생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신녀>의 영어 제목인 <The Goddess>는 여신 혹은 매춘 일을 하는 여성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중의적인 제목과 방 안에 걸려있는 두 개의 치파오를 통해서도 매춘부의 삶과 어머니의 삶을 살며 아들과 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여인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보통 매춘부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흔히 날카로운 사회적 시선 속에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거나 수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 반면, <신녀> 속 여인은 아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에 있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매춘 외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기둥서방의 앞에서도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신녀>의 여인은 하층민 여성이 기존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묘사되었던 것과 달리,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새로운 여성상으로 제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신이라는 뜻을 내포한 제목 또한,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바라보는 태도였을 것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주로 여인과 기둥서방, 교장과 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네 인물 중 그 누구의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여인의 생활이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 당대 현실의 어두운 이면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당대 하층민, 혹은 여성이었다면 누구나 쉽게 경험했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매춘부와 어머니의 삶을 모두 충실히 사는 여인을 통해 기존과 다른 여성상을 보여준 것 외에 한 가지 더 주목했던 점은 아이의 ‘교육’을 대하는 여인과 교장의 태도였다. 교장의 교육관은 매춘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아이의 퇴학 문제를 두고 교사 회의를 여는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모두가 학교의 명성과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 여인의 아이를 퇴학시킬 것을 주장하는 와중, 교장은 아이의 교육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직접적으로 “더 넓은 사회적 문제의 결과이다.”, “매춘부의 아들이라고 해서 이것이 그의 교육에 대한 권리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책임감 있는 교육자로서 아이를 나쁜 환경에서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반적인 편견에 휘둘리는 것은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망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확고하게 의견을 표하고,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엔 교장직을 사임하기까지 하는데, 이를 통해 영화가 특정 계층에게 씌워진 프레임을 만든 사회적 시선과 제도를 지적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머니는 옥살이 와중에도 아이의 교육과 양육을 걱정하며 자신의 소식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려는 책임감과 교육을 향한 열정이 근대 중국이 갖춰야 할 태도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느껴졌다. 여러 서양 문화 사이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배우며 발전할 것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신녀>는 새로운 여성상과 교육관을 우회적으로 제시하며 근대 중국의 발전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당대 사회의 부조리함과 편견을 보여주며 이것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