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 측면에서 내가 사회적 불편감이 높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사회적 불편감은 내향성과 수줍음으로 나뉘는데 나는 둘 다 높다.
수업할 때 쉬는 시간 10분이 불편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스몰토크하는 그 분위기에 끼기가 어렵다.
내 자리에 혼자 앉아있기도 뻘쭘하다.
나에겐 10분이 길다.
화장실 갔다가 복도를 걷는다.
어떨 땐 차에 노트북 갖다 놓으러 주차장까지 갔다 온다.
수련회를 가도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싫었다.
소그룹으로 나눠서 말하는 건 그나마 나은데
한 곳에 다 몰아넣고 레크레이션처럼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가서 가위바위보 하고 이름 알아오는 뭐 그런 시간은 진짜 나가고 싶었다.
연구실도 웬만하면 안 간다.
가면 누가 있을지 복불복이다.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문 열고 들어갔다가 편한 사람이 있으면 착석하고 아니면 볼 일만 보고 나온다.
신입생 환영회는 또 어떤가.
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자기소개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른다.
밥 먹고 나면 집에 가고 싶다.
굳이 2차를 가야 하나 싶다.
2차를 갔다면 음료만 마시고 또 집에 가고 싶다.
눈치게임처럼 누가 먼저 간다고 말할지 기다린다.
마침 교수님이 간다 하시길래 집에 가스 불 켜두고 온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인사하고 나왔다.
(심지어 내가 신입생이어서 모인 자리인데도)
편한 사람과는 반나절도 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3시간이 적당한 것 같다.
발표할 때는 시선처리가 어렵다.
시작할 때 박수받는 것부터가 뻘쭘하다.
줄줄 읽는 발표는 그만하고 싶은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제자리걸음이다.
내향적인 교수님들도 많아 보이는데 수업할 때 시선처리 되는 게 의아하다.
시선처리도 차츰 나아지는 영역인 듯.
말보다 글이 편한 것도 내향적이기 때문이다.
글을 연재하는 신문사에서 인터뷰 영상을 찍자 해서 간 적이 있다.
완성된 영상을 나중에 보니까 손을 베베 꼬고 어깨가 안으로 말려 있더라.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이 영상은 우리 가족만 봤으면 좋겠다.
내향적이고 수줍어서 사회적 불편감이 높은 나를 가만 보니
'상대방이 나를 과연 좋아할까?' 이런 마음인 것 같다.
자신이 없는 거다.
그러다 상대방이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긴장된다.
이래서 내가 TCI 검사하면 연대감이 보통에서 낮은 편에 속하나 보다.
TCI에서 사회적 민감성이 높고 MMPI-2에서 억압이 높다.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내 모습이 신경 쓰여서 부정적 감정을 참는다.
공격성이 있는데도 억제한다.
한 번씩 정제되지 않은 말이 나오는데 그때그때 말 못 하고 참다가 삐져나와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냐면
요새 MMPI-2, TCI를 실시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해는 남은 평생 이어지겠지만 요즘엔 사회적 불편감이 나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