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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Nov 22. 2023

휴식

나 홀로

항공사의 공항 업무 특성상 바쁜 주말보다 주중에 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티베트 플루트 연주를 들으며 내일 뭘 할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스르르 잠들었다.


(퇴근 후 저녁에 가는 헬스장을 아침 일찍 갈 것이고, 스타벅스에서 캐러멜마끼아또와 함께 모닝빵을 먹은 다음 글쓰기를 해야지. 그리고 점심은 아름다운 호수공원 둘레길을 지나 대로변에 있는 회전초밥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골라 먹고 호수공원 산책을 해야지. 목련산으로 가는 오솔길도 들어가 봐야지. 그런 다음 호수공원 옆에 있는 호수도서관에 가서 금빛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카페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책을 또 한 번 안아봐야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이 책은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 세권 중 하나이다.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처음 본 순간 참지 못하고 그만 울어버렸다.


'우리가 어떻게 하늘을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지의 온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신선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저들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 또한 우리의 일부분이다... 한낮의 소낙비에 씻긴 바람의 향기와 바람이 실어오는 잣나무 향기를 사랑한다. 언제가 당신들 또한 우리가 한 형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스타벅스에 앉아 글쓰기를 한다. 다른 카페처럼 예쁜 테이블과 소파는 없지만 스타벅스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우선 내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노래가 자주 들리고, 지금처럼 혼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써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연말로 가는 분위기라서 그런지 오늘은 캐럴 송이 자주 나온다. 지금 노래 한곡이 흘러나오는데 shazam 앱으로 찾아보니 Sarah Mclachlan의 'River'라고 알려준다. 딱 내 취향이다. 저장해 뒀다가 새벽 출근길에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들으면 좋을 거 같다.


집에 가서 아내와 함께 보내는 일상도 즐겁지만 이젠 혼자서도 하루를 즐기면서 보낼 줄 안다. 혼자 밥 먹는 것도 어려워했던 내가 변했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 무슨 노래인지 확인할 수 있는 샤잠 앱과 더불어 요즘 내가 심취한 앱은 무슨 식물인지 알려주는 큐알 코드이다. 어린 시절을 냇가에서 미꾸라지와 가재를 잡으며 보냈는데 이런 신기한 세상이 올 줄이야.


스타벅스 안을 둘러보니 사람들 하는 모양이 제각각이다. 나처럼 노트북으로 뭔가를 열심히 쓰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 심지어 자는 사람.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대부분 혼자다. 나처럼. 혼자 사는 세상인가 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 오후를 보내고 또 글을 써야겠다.


사진 by 해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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