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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Nov 28. 2023

김포

풍무동

김포 우리 집에 왔다. 김포에 산지도 꽤 된 거 같다. 해외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지금까지 욱 살았으니까 대략 8 년 즈음되었다. 처음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난다. 아내와 결혼 후 처음으로 우리 집 마련이었다. 겨울에 이사를 왔는데도 통유리로 볕이 잘 드는 남향이라 거실이 참 따뜻했다. 좀 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런지 주위 나무들의 키가 매우 높았고 둥지를 튼 새들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마치 깊은 산속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3학년으로 복학하는 딸아이는 교복이 예쁘다면서 우리 동네 관할이 아닌 학교를 택했다. 세 식구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과 면담하고 이 학교로 정했다. 우리 동네 관할 중학교보다 작은 학교였지만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건물이 예쁘고 깨끗했다.

 

아내와 함께 동네를 둘러봤는데 말 그대로 전원적인 풍경이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오분 즈음 내려오면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인천 서구 검단 지역과 마주했고 서울방향으로 가는 찻길 오른편에는 추수를 끝낸 넉넉하고 고즈넉한 들판이 나왔다. 매일 아침 저 들녘을 보면서 출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설레었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의 우리 동네가 많이 변했다. 지하철이 개통되고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새 아파트 주위에는 먹거리 타운이 형성되었고 사람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 복잡하다. 현대인들은 빈터를 도무지 그냥 놔두지 않는 것 같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우리 동네에 있는 장릉에 갔다. 한때 매스컴에서 유난히 떠들던 그 장릉이다. 조선의 왕, 인조의 부모님을 모신 곳인데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공원처럼 산책한다. 김포 민들은 오백 원을 내면 입장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나란히 흙 길을 걷는데 메마른 낙엽들로 뒤덮인 겨울의 장릉은 참 쓸쓸해 보였다. 불교에서 일체유심조라고 했으니 내 마음이 쓸쓸한지도 모르겠다.


길을 걸으며 브런치 스토리에 올릴 풍경 사진을 찍어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아내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아름다운 장면과 순간을 잘 포착해 사진에 담는 친구 상민이 ( 해정님 )와 아내의 기술이 부럽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남는 건 사진이라고. 하루빨리 김포 우리 집으로 복귀해 아내와 함께 자주 장릉을 산책했으면 좋겠다.


참 장릉과 더불어 우리 동네의 시그니처 건물이 생겼다. 혹자는 말한다. 나라에서 은퇴자에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 도서관. 신축 건물답게 디자인이 세련되고 깨끗하다. 도서관 내부도 멋진 카페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진열된 책들에서 내가 좋아하는 새 책 냄새가 난다. 은퇴 후에도 장릉 산책 길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우리 동네 김포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싶다.


사진 by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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