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우리 집에 왔다. 김포에 산지도 꽤 된 거 같다. 해외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지금까지 쭈욱 살았으니까 대략 8 년 즈음되었다. 처음 이사 왔을 때가 생각난다. 아내와 결혼 후 처음으로 우리 집 마련이었다. 겨울에 이사를 왔는데도 통유리로 볕이 잘 드는 남향이라 거실이 참 따뜻했다. 좀 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런지 주위 나무들의 키가 매우 높았고 둥지를 튼 새들의 목소리가 잘 들렸다. 마치 깊은 산속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3학년으로 복학하는 딸아이는 교복이 예쁘다면서 우리 동네 관할이 아닌 학교를 택했다. 세 식구 함께 학교를 방문해서 선생님과 면담하고 이 학교로 정했다. 우리 동네 관할 중학교보다 작은 학교였지만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건물이 예쁘고 깨끗했다.
아내와 함께 동네를 둘러봤는데 말 그대로 전원적인 풍경이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오분 즈음 내려오면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인천 서구 검단 지역과 마주했고 서울방향으로 가는 찻길 오른편에는 추수를 끝낸 넉넉하고 고즈넉한 들판이 나왔다. 매일 아침 저 들녘을 보면서 출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설레었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의 우리 동네가 많이 변했다. 지하철이 개통되고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새 아파트 주위에는 먹거리 타운이 형성되었고 사람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다. 복잡하다. 현대인들은 빈터를 도무지 그냥 놔두지 않는 것 같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우리 동네에 있는 장릉에 갔다. 한때 매스컴에서 유난히 떠들던 그 장릉이다. 조선의 왕, 인조의 부모님을 모신 곳인데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공원처럼 산책한다. 김포시민들은 오백 원을 내면 입장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나란히 흙 길을 걷는데 메마른 낙엽들로 뒤덮인 겨울의 장릉은 참 쓸쓸해 보였다. 불교에서 일체유심조라고 했으니 내 마음이 쓸쓸한지도 모르겠다.
길을 걸으며 브런치 스토리에 올릴 풍경 사진을 찍어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아내는 사진을 참 잘 찍는다. 아름다운 장면과 순간을 잘 포착해 사진에 담는 친구 상민이 ( 해정님 )와 아내의 기술이 부럽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남는 건 사진이라고. 하루빨리 김포 우리 집으로 복귀해 아내와 함께 자주 장릉을 산책했으면 좋겠다.
참 장릉과 더불어 우리 동네의 시그니처 건물이 생겼다. 혹자는 말한다. 나라에서 은퇴자에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 도서관. 신축 건물답게 디자인이 세련되고 깨끗하다. 도서관 내부도 멋진 카페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진열된 책들에서 내가 좋아하는 새책 냄새가 난다. 은퇴 후에도 장릉 산책 길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우리 동네 김포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