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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Mar 21. 2024

야구

자이언츠

이번 생, 나의 애증의 스포츠다. 동네 애들이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서 축구를 할 때 나는 우리 집 마당에서 남동생과 야구공을 주고받았다. 야구 글러브의 가죽 냄새가 좋았다. 마당 뒤편으로 딸기 밭이 있었는데 날아오는 공을 가끔 놓칠 때는 공을 주우러 밭에 들어갔다가 도적으로 간주되어 밭주인에게 험악한 꼴도 당했다.


초등학교 ( 당시 국민학교 ) 시절, 해운대 바닷가와 인접한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집은 어느 부자의 별장이었는데 친구네가 관리했다. 정원에 잔디가 깔려있는 아주 큰 저택이었다. 나처럼 야구를 좋아하는 그 친구와 캐치볼을 하며 놀았다. 담장이 높아 공이 바깥으로 날아갈 일이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


친구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라면을 먹는데 텔레비전에 일본 방송이 잡혔다. 화면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사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일본 프로야구 경기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팀이었다. 요미우리에는 한국인 교포, 장훈 선수가 3번 타자로 나왔다. 그 이후로 영원한 자이언츠의 팬이 되었다.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초등학교 시절에는 고교야구가 인기가 좋았다. 해운대에서 버스를 타고 대신동에 있는 구덕 야구장까지 한참을 가야 했지만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구덕 야구장은 부산 최초의 야구장이며 화랑대기 고교 야구가 열렸다. 당시 부산고, 경남고, 경북고, 광주일고, 군산상고, 천안북일고, 선린상고가 유명했다. 부산고 김종석, 군산상고 조계현, 북일고 안성수 선수가 잘 나가는 투수 트로이카였다. 김종석과 안성수는 혹사 논란으로 프로에선 빛을 못 봤다. 애석하다.


1982년,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프로야구가 생겼다. 남동생은 프로야구팀들의 지역 연고지가 헷갈렸는지 아니면 그냥 유니폼 디자인이 좋았는지, OB 베어즈 유니폼을 입고 회원이 되었다. 아무튼 원년에는 베어즈가 야구를 잘했고 인기가 좋았다. 첫해는 OB가 박철순 투수의 22연승을 내세워 우승하고 다음 해는 해태 타이거즈가 우승했다. 해태는 당시 타력이 무시무시했는데 한두 명 빼고 대부분 김 씨 성이었는 걸로 기억된다.


1984년, 드디어 우리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동원 투수가 다 해냈다. 만화 같은 이야기였다. 7번 경기 중에 최동원이 5번 나왔다. 그중 4번을 이겨서 우승했다. 우승했다기보다 최동원이 우승시켰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포츠인은 최동원 선수다. 불우한 처지에 힘들어하는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 그의 행적 때문이다. 보고 싶다.


그 이후로 자이언츠는 1992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염종석이 나타나 잠깐 반짝하고 평범한 팀이 되어버렸다. 꼴등도 여러 차례 했다. 말로는 구도 부산이라면서 성적이 초라해도 너무 초라하다. 자존심 상한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팀명을 바꾸지 않은 유일한 팀이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롯데가 유일한데 정규시즌 우승을 한 번도 못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 하나뿐이다. 수치스럽다.


우승을 못하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심도 있게 분석한 적이 있었다. 경남고, 부산고 등 고교스타들은 서울지역 못지않게 즐비한데 왜 롯데만 가면 못할까. 훈련을 게을리하는 걸까. 실력보다 학연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구성되는 걸까. 아니면 구단이 좋아할 만한 물러터진 감독만 선임하는 걸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더욱 복장이 터지는 것은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면 거기선 펄펄 날아다닌다는 사실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혹자는 부산 연고지팀이라서 이동거리가 길어 선수들이 갈수록 지친다고 말한다. 처음엔 나도 그 말에 깜빡 속았다. 그렇다면 부산과 이동 거리가 비슷한 창원을 연고지로 한 NC는 왜 그렇게 잘한단 말인가. 매년 올해는 다르다. 정말 다르다고 스포츠 매체는 설레바리를 친다. 하지만 정말 매년 똑같았다. 작년은 초반에 너무 잘하길래 혹시나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나 똑같았다. 한결같다. 봄데.


작년 모 뉴스 방송에서 조진웅 배우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앵커가 작품의 흥행과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중 하나를 택하라면 이라고 질문하자, 조진웅은 당연한 듯 롯데의 우승을 택한다고 했다. 롯데를 사랑하는 고정 팬은 정말 한결같다. 솔직히 나 역시 그렇다. 1992년 우승 이후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올해도 우승은 바라지 않는다. 시범경기 하는 것을 보니까 아직 멀었다.


세계 3대 스포츠 광팬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 리버풀 FC 축구팀, 일본 한신 타이거즈 야구팀 그리고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신은 우리에게 최악의 팀을 주셨지만 또한 최고의 팬도 함께 주셨다로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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