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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맘 May 13. 2024

퇴직자의 SOLO 시간 여행

“너! 지금 행복하니?”

욕심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던 중 주저하는 마지막 손가락에게 조용히 물었던 질문이다.  

 명예퇴직 선택 이유가 10가지가 넘는다면 또 다른 자아가 삭제 버튼을 망설이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승진서열을 아쉬워하는 마지막 손가락이 그 질문에 결국 고개를 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의 무게감에 눌렸기 때문이다.



 선택은 적중했다

더 이상 쫓기는 나, 갇힌 나, 소외된 나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인생 터닝포인트를 준비했다.

내 성향은 어떻고 무엇을 제일 좋아하는지 마음 상세버튼을 눌러 관찰하는 스스로가 낯설었다.

요즘 친구들이 말하는 MBTI로 분석하지는 못한다.


 몸이 기억하는 가장 나 다운 키워드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찾았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친정부모님으로부터 후천적으로 물려받은 DNA다.

어릴 적 친정아버지는 시곗바늘이 매일 새벽 4시를 가리킬 무렵 기침을 하셨다

한 시간이 지날 즈음 옆에 계신 엄마를 흔들어 깨우면 익숙한 부엌의 소란함은 기상 알람소리가 되어주곤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 4남매의 시간도 느려지는 법이 없었다.



 결혼 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는 없었다.

나중에서야 남편은 고백했다.

매일 아침밥을 먹는 행위가 부지런한 아내를 둔 덕분임을 직장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사무치게 깨달았다고 했다.


 거실에 반려식물을 키우기는 것도 남편 눈에는 특별해 보였나 보다.

나의 손길이 닿은 파키라, 금전수, 스킨답서스, 홍콩야자, 호야, 몬스테라 등의 변함없는 생존모습은 식물집사라는 후한 점수를 부여했다.


“당신, 퇴직 후에 원예나 식물분야 공부 하는 건 어때?”


산책 중에 나에게 던진 말이다.

남편도 나의 퇴직시간 여행을 위한 퍼즐 맞추기에 동참하고 있었나 보다.



 과연,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나 다운 모습은 무엇일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몇 안 되는 집중 해서 보는 TV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나는 SOLO’라는 극사실주의 연애 프로그램이 있다.


나의 죽은 연애세포를 깨울 목적은 아니다.

매력적인 화법, 배려심이 주는 긴 여운, 지속가능한 만남에 확신을 주는 태도 등이 나의 관전 포인트다.

낯선 곳에서 나와 결이 맞는 이성을 찾는 것이 출연자들의 기대심리다.


어쩌면 퇴직자의 눈높이도 연애 프로그램 속 출연자와 같은 잣대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퇴직 후의 시간 부자들도 자석처럼 끌리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공개연애 프로그램에 당당히 출연결심을 한 참가자처럼 같은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은 문밖에 있지 않은가!



드디어 나와 결이 맞는 이상형을 TV 밖에서 찾았다.

미라클모닝 루틴이다.

하루를 바꾸는 기적의 시간이 나 다운 성장을 만드는 도움닫기가 되어 줄 것이다.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책상을 마련하고 노트북을 앞에 둔다.


 퇴직 후 SOLO 시간 여행은 새벽 5시에 출발한다.

밤 10시를 기준으로 잠자리에 들기가 건강한 여행을 위한 나름의 준비다.

소박하지만 늘 내가 데리고 사는 습관이다.

좋은 걸 얻기 위해 좋은 습관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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