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동안 손님들은..
나는 항상 11시간-13시간 넘는 초 장거리 비행만 한다.
장시간 일하면서 대륙을 오가는 게 몸은 정말 피곤하지만 그래도 승객으로 가는 것보단 덜 지루하달까..?
핸드폰은 할 수 없지만 쉬는 시간엔 누워서 잘 수도 있고, 도시락도 내가 먹고 싶은 거 싸 오고, 심심하면 조종실도 갔다가 크루들이랑 수다도 떨고, 퍼스트 클래스부터 이코노미까지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고 ~ 안 바쁠 땐 잡지나 신문도 좀 읽고. 나처럼 뽈뽈 돌아다닐 수도 없고 승객들은 참 지루할 텐데 뭐 하나 살펴보면,
1. 책 읽는 사람들 : 불 꺼진 비행기에서 와인 한 잔 마셔가며 책 읽는 그 느낌 아시죠~ 되게 어른 같고 ㅋㅋ 공식적으로 디지털 디톡스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 승객들이 읽는 책 중 눈길 가는 제목이면 이거 재밌어요? 한번 물어보면서 대화도 좀 하고, 책 내용 듣고 나도 따라 산 책도 두세 권쯤 되는 것 같다.
2. 운동인 : 누워가든 앉아가든 몸 뻐근하긴 마찬가지다. 주방이나 화장실 있는 쪽 여유 공간에서 스트레칭하시는 분들 참 많이 볼 수 있다. 국민체조 스타일 가벼운 스트레칭 외에 스쿼트, 벽 대고 팔 굽혀 펴기가 제일 인기 많은 운동인 듯! 가끔 요가 다운독 자세 하거나 바닥에 대고 진짜 푸시업 하시는 분들 말리는 것도 업무 중 하나다.
3. 넷플릭스, 유튜브 : 도파민이 끊이지 않는 한국 뉴스 ㅋ 특히 전청조 사건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충격적인 소식 보느라 비행 직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비행기 뜨고 맨 먼저 음료 서비스 하는데 한국 승객들 대부분 핸드폰에 저장해 온 유튜브로 전청조 뉴스 보시는데 나도 궁금해서 계속 흘낏흘낏 ㅋㅋ 아니 그래서 여자라고요 남자라고요 뭐라고요 저도 알고 싶어요…
넷플릭스로 영화랑 드라마 왕창 저장해 와서 비행 내내 보는 승객들도 많다. 나 비행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노트북에 다운로드하여온 무한도전 옛날 거 보는 승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 넷플릭스를 보신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새삼 느끼는 부분.
4. 월드컵 같이 큰 국제 경기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 때 손님들 대부분 축구 보는 거 주방에서 또 힐끗힐끗 바라보기 ㅋㅋ
5. 이륙 전부터 자서 도착 후 일어나는 승객들 : 많진 않지만 이런 분들 종종 계신다. 타자마자 저 밥 안 먹고 잘 거니까 깨우지 말아 주세요~~ 하시는데 와 정말 부럽습니다.
여러분은 장거리 비행 어떻게 보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