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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시간

동시에 언제나

by 사색가 연두

마지막으로 시간에 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시간은 내외부 동시에 언제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녀석이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몇 번씩은 확인하게 되는 게 시간이니 만큼 중요한 개념임엔 틀림없다.


(아, 분명히 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실체인지 개념인지 따지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시간이 개념인지 실체인지는 과학이든 철학이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정답이 없다. 그런데 편의상 일단 개념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자.)


인간은 시간의 개념을 통상 세 가지로 분류했다. 과거, 현재, 미래.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못해 매번 시간을 두고 실수를 저지른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기도 하고, 미래를 불안해하기도 하며 말이다. 그리고 막연한 고민도 대개는 시간을 둘러싸며 시작된다.


'하... 내가 왜 그랬지?'


'아... 나중에 뭐 해 먹고살지?'


애석하게도 우리가 이런 고민에 휩싸일 동안 시간은 매정하게 흐르기만 한다. 멈추고 싶거나 당기고 싶어도 이 일정한 속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다. 어찌 보면 가장 공평한 녀석이긴 하다. 누구에게든 그 속도는 똑같기 때문이다. 동시에 누구에겐 이 시간이 금이 되기도 하며, 누구에겐 병이 되기도 하는 무서운 녀석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의 시간을 병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고민을 사색으로 바꾸는 경위는 사실 시간을 끌어오거나, 앞당기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왜 그랬지?'라는 과거형 질문을 끌어오고, '나중에 뭐 해 먹고살지?'라는 미래형 질문을 당겨보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지?'


<휴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꽤나 명확하게 다가온다. 과거를 끌어오고 미래를 앞당긴 질문으로 바꾼 것이다. 여기서 좀 더 깊은 사색의 길로 들어가 보자.


과연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은 존재하는 개념일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일은 우리의 기억으로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대부분의 일들을 망각하고, 남아있는 기억조차도 왜곡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온전히 담아낸 과거라는 시간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 알 방법조차도 없다. 그러니 미래라는 시간은 완벽하게 개인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 개념이다.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예측이나 상상만으로 접근할 뿐이며 심지어 대부분은 또 틀린다.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도달할 영역이지만 우리는 그곳을 물리적으로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라는 시간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사색을 통한 여정은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여 사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명확한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처럼 시간에 대해 사색을 하는 건 다소 명확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만의 답을 결국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과의 차이점이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답을 찾아낼 수 없기에 이것은 고민의 영역이다. 물론 나도 인간인지라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살아가며, 그로 인한 선택으로 후회하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후회와 불안은 어찌 보면 생리현상처럼 당연한 것이다. 당신도 인간이기에 여러 후회와 불안들을 안고 살고 있을 테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들에 너무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그게 맘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감한다. 쉽게 되는 일은 확실히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객관적인 시간 안에서 주관적인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끝은 똑같은 죽음뿐이다. 죽음이란 게 마냥 멀게만 느껴질진 모르겠으나, 가까이 있기도 하며 멀리 있기도 한 것이 죽음이다. 조금 재수 없는 소리지만, 내가 내일 당장 차에 치여 죽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그런 예정 없는 유한함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는 소중하다. 각자에게 주어진 잔의 술을 남김없이 다 마셔버리는 것이 삶 아니겠는가? 그럼 그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할지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그대의 몫이다. 그대들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있는 나의 시간을 자기 스스로 디자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그 과정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저 흘려보낼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마치며>


이 글을 마지막으로 <주변 것들을 통한 사색>의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서 다른 작품으로 돌아오려 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는데, 작가 승인을 받고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 기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은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서 무작정 글부터 한 번 써보려 달려든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작품이니만큼 잘 정제되지 않은 느낌도 듭니다. 평소에 제가 생각했던 어떤 가치관이라던지, 세상을 보는 관점 같은 것들을 사물에 녹여 쓴 글인데 갈수록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여기 계신 다른 분들과 같이 어떤 특별한 경험이나 경력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만한 무언가도 없습니다. 저는 그냥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좋은 한 대학생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세상이 많이 시끄럽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시점이 변화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공지능이니 뭐니 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대체될 것인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사실 무엇이 변하지 않는지에 대해 우리는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확신합니다. 미래에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인간다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엉켜있는 생각이 좀 더 구체화되고, 그것이 기록이 되어 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은, 그것보다도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솔직해지고 싶으며 '나'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생각의 여지를 던져주는 일이 후에도 정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롭든 해롭든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항상 이었으니깐요.


어쨌든 다음엔 어떤 작품을 내보일 지에 대해서 시간을 꾸준히 가지고, 당분간은 평소에 제가 써 놨던 시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그럼 모두들 각자의 시간에서 주어진 삶을 충만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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