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은행나무숲 축제를 보러 홍천에 갔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단풍이 많이 들지 않아 대부분 초록빛을 띠고 있었지만 햇볕이 잘 드는 쪽은 그래도 황금색으로 변해있어서 코발트색 하늘과 잘 어울려 보였다. 사진에 촬영된 숲은 보는 것보다는 훨씬 가을답게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은행잎도 풍성하니 그럴듯했다. 이 가을에 음악도 어울릴 것 같아 'Starry Starry Night'으로 시작하는 돈 맥글린의 '빈센트'를 틀었다. 단풍과 선율이 어우러져 평온한 가을이 더욱 평온하게 느껴졌지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란 작품이 연상되어 가슴은 연민으로 먹먹해졌다.
웃기는 얘기지만 대학시절에는 이 노래를 'Story Story Night'이라고 따라 불렀던 생각이 난다. 영어 가사를 이해하고서야 반 고흐의 마음과 그가 묘사하고자 했던 '별이 빛나는 밤'을 노래로 음유한 한 편의 시보다 더 시 같은 노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격하게 공감했고 이 노래가 더 좋아지게 되었다.
한 동안 휴대폰 배경화면에 반고흐가 그린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올려놓은 적이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직접 본 반 고흐의 그림과 화풍에 반해서였다. 그의 화풍에는 광기가 있었지만 후에 그렸던 '별이 빛나는 밤' 보다는 절제된 느낌이 들어서일까? 아마도 짙은 코발트블루 위주의 하늘과 강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인 것 같다.
그 후로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반 고흐 그림은 물론, 살아있는 동안 실패한 그의 인생과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에도 관심이 갔다. 그에 대한 예술적 호감과 실패한 사회성 때문이리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마지막 생을 마감한 '아를'에도 가보았고 그림에 나오는 론 강 둑 길도 걸어 보았지만 그가 느낀 특별한 세상을 일반인인 내가 느낄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곡을 작사도 하고 노래도 불렀던 돈 맥글린은 고흐의 마음을 오롯이 공감했나 보다. 천재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이 보고 느낀 것들을 이해 못 하는 일반인들에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그래서 벽에 막힌 세상에서 얼마나 외로웠는 지를. 그런 의미에서 연민이 가득한 가사를 노래 선율과 같이 음미해 봤으면 한다.
< 돈 맥글린의 '빈센트'에서 >
한 소년이 있었어요
아주 이상하고 마법에 걸린 소년
아주 멀리 돌아다녔다고 하네요
육지와 바다를 넘어 아주 멀리
조금 수줍어하고 슬픈 눈을 가진
하지만 그는 매우 현명했어요
그러던 어느 마법 같은 날, 그가 내 앞에 나타났어요
바보들과 왕들,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당신이 배우게 될 가장 위대한 것은
"그냥 사랑하고 그 대가로 사랑받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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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팔레트를 파란색과 회색으로 칠하세요
여름날 밖을 보세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언덕 위의 그림자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하세요
바람과 겨울의 추위를 담으세요
눈 덮인 리넨 화폭에 여러 가지 색깔들로
지금은 이해해요
당신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당신이 정신 건강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리고 당신이 그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들은 듣지도 않았고 방법도 몰랐어요
어쩌면 지금은 듣게 될지도 몰라요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밝게 타오르는 불타는 꽃
보라색 안갯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구름
빈센트의 차이나블루 눈으로 비춰보세요
색조가 바뀌는 색깔들
호박색 낟알로 가득한 아침 들판
고통으로 가득 찬 세월이 묻어난 얼굴들
작가의 사랑스러운 손길에 위안을 받네요
지금은 이해해요
당신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당신이 정신 건강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들은 듣지도 않았고 방법도 몰랐어요
어쩌면 지금은 듣게 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그들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당신의 사랑은 진실했어요
그리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별이 빛나는 그 밤에
연인들이 흔히 그렇듯이 당신도 당신의 목숨을 앗아갔어요
하지만 난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어, 빈센트
이 세상은 결코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를 위해 의미 없다는 것을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텅 빈 홀에 걸려 있는 초상화들
이름 없는 벽에 걸린 액자 없는 얼굴들
이 세상을 바라보며 잊지 못하는 눈으로
당신이 만난 낯선 사람들처럼
남루한 옷을 입은 남루한 사람들
핏빛 장미의 은빛 가시
순백의 눈 위에 부서지고 부러진 채로 누워있네요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당신이 정신 건강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들을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들은 듣지 않을 거고, 아직도 듣고 있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그들은 결코 그러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