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우울을 문장으로 남기는 법
공개되지 않을 일기장에 글을 적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맞춤법도, 결론도, 교훈도 필요 없다.
그저 오늘의 상태를 그대로 남겨두면 된다.
우울감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면
나는 늘 적당한 선에서 말을 멈춘다.
괜찮다고 말하고, 버틸 만하다고 말하고,
다들 그런 시기가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부 진실인 것도 아니다.
우울함은 언제나 거창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큰 불행이 있어서라기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바닥 쪽으로 가라앉아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설명하기엔 애매하고, 도움을 청하기엔 미묘한 상태.
그래서 대화 속에서는 자주 생략된다.
그럴 때 나는 말 대신 글을 선택한다.
대화에서는 이해받아야 하고, 걱정시키지 말아야 하고,
괜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으려 조심하게 되지만
일기장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여기서는 우울해도 되고, 이유가 없어도 되고,
그저 가라앉아 있어도 괜찮다.
오늘도 나는 ‘우울하다’고 쓰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적는다.
오늘은 마음이 조금 느렸다.
괜히 모든 일이 버거웠다.
아무도 잘못한 건 없었다.
이렇게 적다 보면
우울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상태.
그걸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조금 덜 버거워진다.
이 일기장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 위해 다듬지도 않고,
위로받기 위해 꺼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나 자신에게만은
조금 솔직해지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한 줄을 남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는 이렇게 조금씩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