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조용하고 말이 없는 아이
학교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주변에서 "차분하다, 조용하다, 말이 없다."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었다. 어렸을 땐 그러한 말들이 굳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으로 줄곧 반장을 했고, 말은 없었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 나의 약점이 되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MBTI 검사. 다들 친구의 MBTI를 묻고 서로의 궁합을 맞춰볼 때 난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굳이 검사를 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다니던 회사의 동료들은 MBTI를 맹신했고 점심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나에게 MBTI를 물어보았다.
"저 그거 테스트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해보지도 않았어요."
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으나 3분 만에 하는 검사도 있다며 MBTI 검사 링크 주소를 나에게 보내왔다. 등 떠밀려 한 검사의 결과는 ISFJ. 나의 결과를 보던 직장동료 A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I인데 소금씨는 I가 80%가 넘어요. 딱 봐도 I 이긴 한데 진짜 그렇게 나오네요. 역시 MBTI는 과학 인가 봐요!"
별다른 악의 없이 한 말이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딱 봐도 I라는 말의 뜻. 나는 알고 있지만 굳이 반박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줄곧 나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학창 시절을 거쳐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내 성격이 싫거나 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살기에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직장 같은 소속 집단에서 말 없는 내성적인 성격은 늘 환영받지 못한다.
에너지의 흐름이 내부로 향하는 I(내향적) 유형이라면 이런 성격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어쩌면 늘 고민하고 가끔은 우울해지기도 한다.
가끔 어떠한 계기를 통해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성격도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들. 물론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간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가서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면 달라지지 않을까?'
'이번에 옮기는 회사에선 활발한 성격으로 바꿔보자.'
종종 생각했고 늘 실패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고 난 후 성격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바꿀 수 없다면 내가 가진 성격에 스트레스를 줄여보자고. 나만 알고 있는 이 챌린지는 매일 진행 중이고 여전히 실패가 성공을 앞지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내 성격이 내성적인걸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