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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Jul 16. 2024

봄에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기

24년 3월과 4월 중 토막 소감

 평소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그중 김하나, 황선우 두 작가님이 진행하는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는 내가 미처 경험하지 않은 콘텐츠나 물건을 찾아보게 할 정도로 상세하고 흥미로운 후기를 전하는 채널이다. 이 채널이 매력적인 건 비판보다 칭찬에 힘을 싣기 때문이다. 누구나 싫은 걸 말하는 건 쉽다. 오히려 A를 투덜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B, C, D까지 확대해 성토하게 된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한 시간 이상 쉼 없이 말할 수 있을까? 단순히 '좋다'는 말  이상으로 여러 층위의 생각을 해야 그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나는 두 작가님들처럼 하나에 대해 오롯이 좋아하는 이유를 열거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여.둘.톡 정신을 이어받아, 올해 봄 내가 누린 좋은 것들에 대해 조금씩 끄적여보고 싶다.


 순서는 날짜 순이 아닌, 휴대폰 갤러리에서 눈에 들어온 대로다.

*다 적어두고 발행하는 걸 잊고 있어 7월경 뒤늦게 게시하게 됨


1. 촉촉한 고구마

 꿀고구마 만들기에 진심인 애인 덕에 맛보았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촉촉해서 입속으로 호록 바람만 마셔도 단맛이 입안 천장까지 가득 뭉개진다.


2. 물병의 생활화

 여름도 아닌데 벌써 덥다. 기존 집에 있던 텀블러는 뚜껑이 딱 닫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사무실에 두고만 썼는데, 하리보 모양의 물통을 새로 선물 받았다. 완전하게 뚜껑을 닫을 수 있어 시외버스 타고 멀리 나갈 때도 틈틈 챙겨 다녔다. 어쩐지 '군침이 싹 도노' 루피 얼굴이 생각나는 표정이라 마냥 귀엽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점이 더 웃기고 친근하다. 


3. 홈플러스에서 만난 애벌레

 주차장에 내려 바로 매장에 들어갔는데 어쩌다 등 뒤에 애벌레가 붙어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온몸을 굽혔다 폈다 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애벌레 모습이 귀엽고 짠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 작은 덤불에 내려주었다. 원래 사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잘 적응해서 성충으로 자랐길 바란다. 



4. 밀프렙 시작 단계

 주말에 주중 저녁 먹을 음식을 만들어두는 것에 재미 들렸다. 배추로 동치미(유튜브에 검색하면 식초물 끓이지 않는 방식도 나옴), 파스타면 삶아서 올리브유 뿌린 후 냉동해 두었다. 이렇게 만들어도 밖에서 저녁 먹는 일 많지만, 귀찮을 때 조금이라도 집밥을 고려해 봄직한 장치가 생긴 기분이다. 


5. 호떡믹스 처리

 지난겨울 사고 묵혀두던 호떡믹스를 처리했다. 이상하게 호떡을 집에서 만들면 항상 원하는 만큼 달지 않다. 속을 많이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잔뜩 가루가 남아버린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장지 뒷면에 쓰인 '호떡볼' 형태로 만들었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프라이팬에 넓적하게 구운 기본 모양이 더 맛있다. 


6. 벚꽃과 연두잎

 봄에만 볼 수 있는 색이 있다. 분홍 벚꽃과 갓 나온 연두잎색! 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도 좋아하지만, 이제 막 싹튼 잎의 색은 어딘지 아기자기하게 느껴져 미소 짓게 된다. 



7. 신고배

 커다란 신고배를 잘라먹으려 하니 접시에 미처 안 담긴다. 오래 두어서인지 할인하는 것을 사 왔는데도 과즙이 풍부하고 맛있다. 배 특유의 약간의 신맛도 오랜만에 먹으니 반갑다. 


8. 쿼리도 선물

 보드게임 <미니 쿼리도>를 선물 받았다. 체스처럼 두 명에서 마주 보고 반대편으로 가야 하는 원리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각자의 통로를 얇은 나무판자로 막는 것이다.(막는 데는 규칙이 있다.) 상대의 수를 읽고 어디를 막을지, 혹은 내가 어디로 일보 할지 따져야 한다. 과거해본 보드게임은 내 말만 잘 관리하면 되는 느낌이었는데, 조금 더 머리를 써야 된다. 친구들 놀러 오면 같이 하자고 해야지. 


9. 대전 KAIST카이스트 구경

 친구와 함께 카이스트에 놀러 갔다. 이제야 커다란 새들이 오리가 아니라 거위임을 알았다. 햇살은 눈이 부시고, 분수는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고, 그 앞에서 무리 지어 평화롭게 떠 다니는 거위를 보자니 나의 주말 시간도 천천히 유영하듯 흘러간다고 느꼈다. 



10. 공주 인절미 축제 쑥떡

 공주 인절미 축제를 다녀왔다. 공주는 봄에는 인절미, 가을에는 밤 유명한 게 많은 지역이구나. 기름집에서 파는 쑥떡을 사봤는데 쑥향이 한껏 났다. 콩고물에 굴릴 때마다 절대 재채기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11. 대전 성심당 딸기시루 

 카이스트 구경한 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딸기시루를 구매했다. 대기표를 받고서도 카운터에서 결제하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엄청 크고 딸기도 한 가득이라 주변 여러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친구에게 맛 보여줄 생각에 샀던 스스로가 뿌듯했다. 


12. 청주 쫄쫄이호떡

 청주를 간 건 아니고, 쫄쫄이호떡 분점이 대전에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돼 맛보았다. 호떡을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꽤나 호떡에 진심인데, 여기 호떡 정말 맛있다! 분명 속에 시럽이 안 든 것처럼 보이고 흘러나오는 게 없는데 맛보면 고루고루 잘 배어 있다. 비법이 뭘까, 유튜브에 '쫄쫄이호떡 만들기' 영상을 봤으나 여전히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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