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작가로 알려진 실비아 플라스. 벨 자는 여성에게 틀에 박힌 인생이 강요되었던 미국 근대 사회 속에서 고뇌하는 에스더 그린우드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된다. 벨 자란 돔 형태의 유리덮개인데, 이 책이 실비아의 자전적 소설인만큼 자신의 삶을 벨 자 안에 갇혔다고 표현한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에게서 실비아 플라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깨어있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던 여성 작가가 당시 보수적인 사회를 살아가며 느꼈을 고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인격체를 지닌 사람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느 누군가의 눈엔 그저 성적으로만 소비된다는 것은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그러나 중간에 두 번정도인가 나왔던 인종차별적인 요소(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중국인으로 표현한 것. 맥락상 동양인을 중국인으로 퉁쳐서 비하하는 것으로 느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회문제에 기민했던 지식인도 인종차별에는 무감각했다는 것이 책 읽는 사람을 조금 무력해지게 했기 때문에 아쉽다고 느껴졌다.
물론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지만서도세계 무대에서 숨쉬듯 타자화 되는 동양인여성의 입장에서 완독 뒤 좋지 못한 여운이 남는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60년대까지도 흑인에 대한 백인의 린치 문화가 합법이였다고 했으니,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백인우월주의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었구나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