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스넷 Sep 02. 2024

아들 셋 중 막내

난(놈키우는)중_일기

아들 셋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주변에서 아들 셋 힘들어서 어떡해요.라고 말하면, 생김새가 달라서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라고 답하곤 한다.


셋 중에 막내는 이목구비는 나를 닮았다.

근데 전체적으로 생김새는 신랑 중학생 때랑 너무 똑같다.

지금의 신랑 얼굴에게서는 상상도 안 되는 외모다.


'역시 씨도둑은 못해.'라는 말이 딱이다.


세녀석 중에 유독 나를 힘든 것도 이 녀석이다.

도통 감이 안 잡히는 아이랄까..


욕심은 많고 하고픈 것도 많은데, 능력치가 딸려 매번 실수하고 혼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소화하기 힘든 것들을 하려 하고, 실수하고, 안되면 때려치우듯 짜증을 폭발시킨다.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건,

정작 자기 나이에 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은 응석부리기, 삐지기 등을 시전 하며 해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스스로 옷 입기, 양치하기 등등.

네가 스스로 해보라고 하며 안 해주면, 그때부터 기싸움이 들어간다.

'안 해주고 배기나 보자. '이런 눈빛을 쏘며..

기싸움에 내가 이기면, 그때부터 찔통모드다.

스스로 한 적이 많지 않으니, 기본적인 것들에 서툴고 실수연발이다.

그 시간은 찔통에서 시작해서 찔통으로 끝난다.

하루종일 짜증을 달고  지내는 날도 부지기수다.


5살까지는 진짜 키울 맛 났다.

신생아 때는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었고, 먹고 자고 순했다.

셋 중에 말도 제일 빨라서 대화 나누는 재미도 있었고, 리액션이 좋아서 어딜 데리고 다닐 맛도 났다.


이런 녀석이, 아직 사춘기도 오기 전인데,

매일 나에게 치솟는 혈압을 담당하는 녀석.


아는 언니는, 그런 아이가 진짜 보석이라며, 잘 키워보란다.

매 순간 이 생각을 하기엔, 내 인내심이 아직 부족한가 보다.



나는 장녀다.

그래서 스스로 하고, 남의 신세 지는 걸 싫어하고, 내가 알아서 한다.

독립심이 꽤 강하고 문제해결능력이 남들보다 두뇌회전이 빠른 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둥글게 생각하는 편이다.

복잡하고 누군가로 인한 감정소모를 극혐 하기도 한다.

이런 기질 탓인지, 징징거리는 게 진짜 나랑 안 맞는다.

아마도 난 딸을 키웠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막내랑은 안 맞나...'


심지어 신랑도 삼 남매 중에 막내.

신랑과도 셋째 낳기 전까지는 참 많이도 투닥거렸다.


내가 막내에게서 핀트를 잘못 집고 있는 걸까..

이 녀석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요즘 너무 고민이다.


학교에서 시행한 방과 후 그림치료, 심리치료

프로그램에도 참여시켰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학교부적응, 학습부적응 등 학교생활에 힘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매일 학교 가기 싫다는 막내를 위해 신청하고 상담도 받았다.

결론은 칭찬을 잘 해주면, 뭐든지 곧잘 하는 아이란다.

욕심도 많고, 할려고 하는 의지도 강하단다.

엄마를 제일 좋아하지만, 스트레스 원인이 또한 엄마라는 것도 함께.


'흠..'

생각이 많아졌다.


사회생활은 잘하는데, 집에만 오면 짜증으로 바뀌는 녀석.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는 매너도 좋고, 친구들 잘 맞춰주고, 핑퐁도 잘 친다.

학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푼다는 게 내 결론.


이 녀석을 어떻게 빛난 보석으로 만들까.

원석에서 보석으로 만드는 여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듯하다.




(번외)

며칠전 사진 작가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2008년부터 육아일기를 써왔다는 말을 듣고 실로 놀랐다.

그리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을 위한 기록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는사실에 말이다.

그래서 사춘기의 자녀들과도 잘지내는 이유가 있긴 있구나  생각도 들었다.

이런 이야기가 괜히 뒷담화 같고 흠잡아 기록하는 것같아서 망설였지만

아이를 위한 여러이야기가 쌓이다보면, 

나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고 달리 생각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난 나중에 조용히 잠자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