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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스넷 Jun 20. 2024

난 나중에 조용히 잠자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

문득 든 생각

우리 친정엄마는 올해 71세이시다. 건강한 편이시고, 삼촌네 가게를 도우신다.

음악 활동을 지금도 하시고, 사별하고 혼자 사신다.


이런 엄마에게 어제 낮에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라, 평소처럼 받았다.


다니는 신경정신과에 왔는데, 담당의가 85세로 의사생활을 퇴임하셨다면서, 자신이 있는 근처에 신경정신과 병원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빠르게 네이버 지도를 검색한다.


"근처에 한 군데가 있는데, 오늘 휴무래."


그리고는 집 근처(엄마는 바로 우리 단지 옆단지에 사신다.)에 신경정신과가 4군데 있다고 하면서

집 근처로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같이 갈 거야?" 엄마가 묻는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같이 가야 해?"라고 답했다.


알았어. 라며 전화를 끊는다.


샤워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평소에도 건강을 잘 챙기시는 엄마가 계시기에, 내가 현재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과

부모가 자식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자식 눈치를 본다는 것에 대한 묘한 기분.

자식으로서 당연히 부모를 챙겨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할 생각을 안 했던 마음.

아까 한 대답에 죄책감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4군데 전화를 돌렸다. 3군데는 예약제라 진료가 불가하고, 다행히 한 군데가 방문 접수만 받는 곳이라 하여,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진료를 본 뒤, 약 처방을 받았다.





'만약 내가 엄마나이에, 나는 아들들에게 내 삶을 누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파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모가 돼있을까.'


순간 내가 아파서 자식들이 나로 인해서 삶에 얽매이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아들들 혹은 며느리의 눈치를 볼 수 있는 상황, 아파서 병원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

생각만 해도 싫었다.


'난 내 수명을 건강하게 꽉 채우고, 잠자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고, 금전적으로 부담을 주기도 싫으며, 무엇보다 아파서 눈치 보이는 삶을 사는 게 너무 싫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한동안 멈췄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건강할 때 건강 챙겨야지. 

건강하게 인생을  즐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꿈을 이루고, 하고 싶은 것을 누리며 사는 노년의 삶을 자식들에게 보여줘야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손주들이 뛰놀며, 맛있는 음식을 챙겨줄 수 있는 시골 할머니되는 소원을 꼭 이뤄야지.

내 생애의 마지막은 꿈 속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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