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보니 알겠다
건강은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 하는구나
며칠 전 집 앞 편의점에서 넘어졌다.
막내와 편의점을 가던 길에 다리가 풀리면서
무릎을 꿇는 모양새로 무릎을 바닥에 찧었다.
다시 말해 넘어진 것도 아니었다.
다음날, 병원에 가벼운 타박상 같다고 했다.
열감이 많으니 냉찜질하고 약 잘 챙겨 먹으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쑤시는 증상이 심해지면서
고름물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심때 물집크기가 깨알 같았는데
저녁때가 되니 무릎은 퉁퉁 붓고 물집 크기가 더 커졌다.
안 되겠다 싶어 소독한 바늘로 찔러 짜냈다.
이상한 냄새와 함께 엄청 나오는 고름.
가볍게 볼 증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큰 병원을 가라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리고 난 입원했다.
MRI, 엑스레이,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니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다행히 관절까지 염증이 생기기 않았단다.
짧으면 1주, 길면 3주 입원이란 말을 듣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애들 등하교는?
신랑 회사는?
하..
그냥 무릎 찧은 거뿐인데
일이 커진 기분이 들어 너무 속상했다.
신랑은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증상이 발현된 게 낫다고 말했다.
위로는 되었지만, 미안한 생각은 없어지지 않았다.
입원실에 앉아 책을 읽다가
불쑥
건강한 시부모님,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모두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면서
건강을 잘 지켜나가고 계신다.
이것이 얼마나 자식들을 위한
노력인가가 새삼 느껴졌다.
자식은 부모님을 위해 효도를 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위해 건강을 챙기는 것.
양가 부모님이 건강하시기 때문에,
'내가 내 인생을 계획하고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한때, 애들 셋이 치여서
오늘 내 할 일을 하나도 못했다며,
예민해진 적이 있었다.
참 어리석지.
그 시간 또한 부모님이 건강하시기에
주어진 것임을 그땐 몰랐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보니
이제야 느낀다.
건강을 챙기고 지키는 것은
나를 위하는 것인 것도 있지만,
가족을 위한 내 노력과 배려임을
이번에 깨달았다.
수술이 잘 되고 회복되면,
운동조차 아깝다고 여겼던 시간을
내 건강 지키기로 꼭 채워야겠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것이
건강을 자신하는 것,
건강에 대해 무딘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건강합시다. 나와 모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