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스넷 Mar 16. 2024

아파보니 알겠다

건강은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 하는구나

며칠 전 집 앞 편의점에서 넘어졌다.

막내와 편의점을 가던 길에 다리가 풀리면서

무릎을 꿇는 모양새로 무릎을 바닥에 찧었다.

다시 말해 넘어진 것도 아니었다.


다음날, 병원에 가벼운 타박상 같다고 했다.

열감이 많으니 냉찜질하고 약 잘 챙겨 먹으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쑤시는 증상이 심해지면서

고름물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심때 물집크기가 깨알 같았는데

저녁때가 되니 무릎은 퉁퉁 붓고 물집 크기가 더 커졌다.

안 되겠다 싶어 소독한 바늘로 찔러 짜냈다.

이상한 냄새와 함께 엄청 나오는 고름.

가볍게 볼 증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큰 병원을 가라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리고 난 입원했다.

MRI, 엑스레이,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니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다행히 관절까지 염증이 생기기 않았단다.

짧으면 1주, 길면 3주 입원이란 말을 듣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애들 등하교는?

신랑 회사는?


하..


그냥 무릎 찧은 거뿐인데

일이 커진 기분이 들어 너무 속상했다.

신랑은 더 심각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증상이 발현된 게 낫다고 말했다.

위로는 되었지만, 미안한 생각은 없어지지 않았다.


입원실에 앉아 책을 읽다가

불쑥

건강한 시부모님,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모두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면서

건강을 잘 지켜나가고 계신다.


이것이 얼마나 자식들을 위한

노력인가가 새삼 느껴졌다.


자식은 부모님을 위해 효도를 한다면

부모는 자식을 위해 건강을 챙기는 것.


양가 부모님이 건강하시기 때문에,

'내가 내 인생을 계획하고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한때, 애들 셋이 치여서

오늘 내 할 일을 하나도 못했다며,

예민해진 적이 있었다.

참 어리석지.

그 시간 또한 부모님이 건강하시기에

주어진 것임을 그땐 몰랐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보니

이제야 느낀다.


건강을 챙기고 지키는 것은

나를 위하는 것인 것도 있지만,

가족을 위한 내 노력과 배려임을

이번에 깨달았다.


수술이 잘 되고  회복되면,

운동조차 아깝다고 여겼던 시간을

내 건강 지키기로 꼭 채워야겠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것이

건강을 자신하는 것,

건강에 대해 무딘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건강합시다. 나와 모두를 위해.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과 새벽독서에 참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