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란 May 31. 2024

블랙커피는 수면제다.

식어버린 블랙커피의 효능

그래, 힘들었지. 하루종일 일하진 않아도 두 학교를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케어하고, 그리고 나서야 나의 학업을 위한 자리를 찾아가잖아. 확실히 20대와는 활동력에 대한 부담이 커지긴 했나보다. 짧은 동선을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니는데도 그냥 힘들어. 도로 위에서는 또 왜 이렇게 졸리는 거야? 신호등이라도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어서 말이야. 오늘은 전공 출석은 안 해도 되어 일터에만 잠시 다녀왔을 뿐인데, 결국 낮잠을 거하게 자버렸네. 일어나 보니 오후 5시 7분 전이야. 세상에!!

일터에 다녀온 후 늦은 점심을 먹고 처리해야 할 과제들을 멋지게 처리하고 싶었던 내 계획이 무참히 사라져버렸다는 이 박탈감이란.

잠을 이겨보려고 블랙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시는 동안 추천도서인 ‘대성당’을 읽어가며 홀짝거리는 동안에도 밀려오는 낮잠을 쫓아내기엔 한계를 느껴버렸고, 에스프레소급 커피 농도의 카페인을 이겨버리는 내 모습에 마냥 환호할 수는 없다는 현실.

나는 소설책 한 챕터의 남겨진 부분을 확인하고 지지부진한 책 읽기를 계속했다. 피곤하다는 아우성의발원지인 뇌의 스위치를 내리기 위해 식어버린 블랙커피 반잔을 서둘러 들이키고 침실로 향했다. 잠시만 기대어 쉬리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가 되리라. 대낮의 황금 같은 시간을 잠으로 보낼 수 없다는 죄책감에 차마 반듯이 눕지 못하고 잠시 쉬고 일어나겠다는 협상을 마친 후 포개진 베개에 기대어 쉬어본다.

그런데 식어버린 블랙커피의 효능에 수면 효가가 있었단 말인가? 그 효과가 이렇게 좋았단 말인가? 스르르 잠이 드는 그 느낌은 정말 달콤하기 그지없다. 자는 동안에도 몇 번에 외부의 자극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해야 할 산더미 같은 과제가 있음을 알고 있는 이성이 나를 흔들어 깨웠지만 이 달콤함을 거부하기엔 너무 스윗하다. 눈을 뜨지 않은 채 몇 번의 달달함을 만끽했음에도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은 무엇일까? 그래, 그것은 불안이다. 불안을 안고 자는 나를 느끼면서도 일어나고 싶지 않은 그 모습은 분명 도피처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이 현실에서 잠시 도망치고 싶은. 이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강한 마약 같은 달달함의 늪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더는 버틸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떠밀림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내 모습에 소심한 박수를 보낸다.

오후 5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개인 발표자료와 팀별과제, 검색해야 할 논문들… 해야 할 것들이 줄지어 있는 이 현실의 무게가 묵직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 없고 주신 은혜에 감사함으로 보답해야 한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음을 고백하지만, 난 쉽지 않은 이 길 위에서 분명 웃고 있다.

결국, 나는 해낼 테니까!

결론, 블랙커피는 나에겐 수면제다!

이상! 과제를 시작해 보겠다!! :)

작가의 이전글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