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일 수 있는 곳으로.
늦은 새벽녘, 겨우 잠이 들었지만 주말이라 푹 자고 싶은 마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많은 관계 속에서 갈등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 미사여구로 화답하다 보니, 삶은 지치고 피곤하다.
불편한 마음은 솜뭉치처럼 무거운 몸을 만들어냈다.
피곤에 묻힌 몸을 이끌어 거울을 들여다보니, 퉁퉁 부은 얼굴이 미세한 잔주름을 숨겨주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온전하고 편안한 쉼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서로 상처 주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오늘은 유독 거칠고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관계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 믿지만, 내면의 고독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쫓기 위해 관계 속에서 나를 내려놓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대가로 다가온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결국 더 깊은 고독이 나를 찾아왔다.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가식을 품고 싶지 않아서, 용기를 내어 관계의 도로 위에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
곧 외로움이라는 방랑객의 그림자가 따라올 테지만, 나는 기꺼이 그 손을 내밀고 싶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 주말만큼은.
그렇다. 이 주말, 잠시만이라도 나와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 속에서, 더 이상 타인의 기대나 책임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과의 평화로운 대면을 원한다.
그렇게 다시,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으로.
나를 잃지 않음에 감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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