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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란 Dec 03. 2024

수학 대신 어묵

어묵의 위로


둘째 아이가 수학 학원에 가야 하는 날이었는데, 친구와 놀다가 떡볶이를 사 먹고 들어왔습니다. 이 일로 오후 내내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결국 학원 대신 집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체계적으로 아이를 이끌어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만, 아이가 학원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 과감히 선택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집에서 부모님과 수학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학원에서 부적응 문제로 원장님이나 선생님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있어, 잠시 쉬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저에게 살짝 뽀뽀를 해 주더니, 온몸을 깨끗이 씻고 헤어드라이까지 마치고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떡볶이집에서 형과 형 친구를 만났던 이야기를 재잘거리기 시작했죠. 형과 형 친구 테이블에 떡볶이와 치킨이 있었는데, 한 조각도 나눠 주지 않더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저는 살짝 놀랐습니다.


우리 아이는 ‘너와 나’를 철저히 구분하는 걸까? 아니면, 남자아이들끼리 본래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는 음식을 두고 이렇게 하지 않는데, 형의 친구가 함께 있어서 그런 걸까 싶었지만, 형제끼리 좀 더 우애 깊고 다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마침 냉장고에 도톰한 어묵이 있어, 아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간단히 간식을 준비해 주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주 3회 학원 수업은 집에서 주 5회로 대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북어국물맛 같은 건강한 맛

사실 떡볶이를 만들려고 준비해 둔 어묵인데, 이번에는 시판되는 국물용 재료를 활용해 어묵꼬치를 만들어 봤습니다.

물에 국물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어묵을 넣고, 다 익으면 접시에 꺼내어 세 번 접어 2센티미터 간격으로 나무젓가락에 지그재그로 꽂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래전에 취미로 만든 도자기 컵에 국물을 담아 어묵을 하나씩 퐁당 넣어 주었죠. 어묵용으로 제법 잘 어울리는 듯했습니다.

어묵꼬치 만들기

우리 둘째는 그새 문제집을 다 풀고, 호호~ 불어가며 어묵을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제 마음을 달래 주었습니다. 학원 문제로 무겁게 느껴졌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순간이었어요.

뜨끈한 국물에 퍼 빠진 도톰 어묵

앞으로 아이와 함께 수학 공부를 잘 이어가며,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해 가기를 바라봅니다. 이런 사소한 일상이 아이에게 소중한 추억과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저에겐 감당해야 할 행복한 추억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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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후

아이 아빠에게 슬며시 자녀의 수학 지도자 역할을

맡기고 학원비의 3/1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부모의 대화를 듣고 둘째 아이가 뛰어옵니다. 용돈을 늘리기 위해 스스로 풀고 채점까지 하겠다고 하네요. 둘째에게도 하교 후 당일의 과제를 바로 완수하면 말일에 평가하여 일만 오천 원의 용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답니다.


지금 거실에서는 분자와 분모의 단어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네요. 돈쓰기는 쉽고 돈 벌기는 어려운 과정을 보여줍니다.


바쁜 일과 속에 아이의 학습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각자의 역할 분배를 통해  책임감을 갖도록 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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