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잇다 (틈새 글_너와 나를 잇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습관이 잡혀 있지 않았던 저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삶에 여유가 없으면 글쓰기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떠오르는 기억이나 생각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은 마치 글쓰기 능력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을 부담 없이 기록하자는 다짐이었습니다. 이 다짐이 바로 틈새 글쓰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작은 일들, 오전에 떠올랐다가 오후에 잊히는 생각들, 새로운 일들에 묻혀 지나가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 마음속에서 떠다니는 생각들을 글로 끌어내는 연습을 하고 싶었습니다.
많이들 말하듯, 습관은 반복에서 만들어집니다. 21일간의 반복이 습관을 형성하고, 3개월을 지속하면 더 견고해지며, 6개월을 넘어서면 우리의 일상 속 루틴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 패턴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짧은 글쓰기부터 시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일상에 맞게 시간을 조율하며 최소한 변명을 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를 허락했습니다.
틈새글은 긴 글을 요하지 않음에도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채워가며 어느새 마지막 부분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본 하늘의 색이 유독 아름다워 잠시 멈춰 섰던 순간, 그때 느꼈던 감정을 짧게 글로 남겼습니다.
“출근길. 바쁜 발걸음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벽 공기의 쌀쌀함이 오히려 나를 깨우는 듯하다. 오늘은 나도 저 하늘처럼 맑게 살고 싶다.”
이 짧은 문장이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 주었고, 글쓰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저녁을 차려 먹으며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찬밥 위에 계란프라이 하나 얹은 저녁. 부실한 한 끼지만, 그래도 오늘을 마무리할 힘은 생긴다. 작은 것도 충분하다. 부족해도 괜찮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담으니 글이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나를 위한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스트레스가 많거나 복잡한 일이 겹치는 날에는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우선시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종일 글만 쓰는 작가가 부럽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님들의 출산의 고통을 알기에 각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다를 뿐 , 그래서 저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이어갔습니다.
때로는 글을 미루는 것처럼 보였지만, 쉬고 싶을 때는 정당하게 쉬었습니다. 그래야 다시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소한 기록들이 쌓여 틈새글이 완성되었고, 연재와 매거진을 통해 일상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글쓰기 습관이 글쓰기의 범위를 넓혀준다는 것을 느끼며, 음식 관련 매거진을 올릴 때면 음식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는 재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짤막한 글들이 때로는 외부 검색 조회수 만 단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신기한 경험은 저에게 삶의 활력이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습니다.
욕심 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글을 이어가다 보니, 올해 이곳에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꾸준함이 만들어낸 성장과 기록의 기쁨을 통해, 저는 저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 작은 글쓰기 습관이 지속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