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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Jun 23. 2024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내 성에 차도록 대화의 마무리는 바르고 다정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는지 모르겠고 그렇게 살아갈 필요까지 없다고 또 다른 자아가 말린다.


글로써 딱 정리할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 좋은 대화라고 생각하는 어떤 틀이 만들어져 있는 건 확실하다.


내 신념이 만든 그 대화의 틀이 견고하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 틀 안에 내용이 한참 부족하면 불안하고 넘쳐흐르기 시작하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그동안 내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나의 이 틀을 제법 잘 맞추어 주었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답답하고, 불안하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외시켰더니 이제 몇 안 남는다.

혹시 유명한 철학자들도 이런 이유로 혼자의 삶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속 얘기를 하고 싶을 때는 한마디를 던진 후 빠르고 감 좋게 판단해야 한다. 다음 문장을 이어갈지 말지.


감이 좋아야 그다음 이어질 시간들에서 후회가 남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실패다.

빠르지도 못했고 감도 형편없었기에 사춘기 아들과 후회되는 대화로 마무리되었다.


그런 날이 훨씬 많았고, 그런 날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하지만 가급적 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성공적인 대화를 희망한다.




[맡겨진 소녀] 책 내용 중 킨셀라 아저씨가 소녀에게 전하는 말이 참 와닿는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는 아이'라며 칭찬하기도 한다.


나는 킨셀라 아저씨와 비슷한 나이일지도 모르지만 그 조언대로 살아보는 게 좋다고 동감한다.

비록 대화가 덜 재밌더라도.

돌아서서 후회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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