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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D Jul 27. 2023

01. 회사에서는 얼마나 열심히 일해야 하나요?

직장 생활 중간 정산

누군가가 회사에서의 적정 노동 강도를 묻는다면, 나의 답은 간단하다.

받는 연봉만큼 일하면 된다.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인 “기브앤 테이크”에서 사람을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로 나눈다. 기버는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려고 하는 사람, 테이커는 자신이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사람, 매처는 그 사이에 위치해서 손해와 이익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이러한 구분을 회사에 대입해 본다면, 난 매처로서의 삶을 추천한다. 얼마 전 모 임원이 구성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모두가 기버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적어도 저런 말은 기업 오너의 입에서 나와야 그마나 견딜만한데 같은 월급쟁이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싶다. 아마도 사장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과도한 애사심이 객관성을 잠시 잃게 만든거라 믿는다.


회사에서 왜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일하는 기버가 되어야 하는가? 기버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논리는 마치 고깃집에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달랑 1인분을 주문하면서 2인분 같은 1인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무례한 진상 손님과 같다. 연봉 3천만원의 직원이 홀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맥킨지 스타일의 논리정연한 보고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하길 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놀부 심보다.


당연하게도 세상에 그런 억지스런 계산법은 없다. 그러니 회사에서 본인의 연봉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물론 회사에서 주어진 일도 안하고 시계만 쳐다보다가 퇴근 후 술이나 퍼마시고, 다음날은 숙취로 멍 때리는 빌런은 욕먹어도 싸다. 악질적인 테이커인 빌런은 경계하자. ‘욕하다가 닮는다’는 말이 있으니 빌런을 너무 신경 쓰고 미워할 필요는 없다. 저런 빌런이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산다면, 참혹한 결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받은만큼 묵묵히 일하고 퇴근하면 된다. 누군가가 더 일하라고 호통을 친다면, 본인은 생각이 다름을 밝히거나 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정작 월급 주는 오너나 주주들은 가만히 있거나 속으로 애만 태우는데, 똑같이 월급 받는 처지에 관리자라는 완장을 차고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인간들이 늘 문제다. 웃긴 것은 이런 식으로 남을 괴롭히는 관리자야 말로 가성비 제로인 전형적인 테이커일 확률이 아주 높다.


남에게 기버가 되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각자 매처로 살면 좋겠다. 퇴근 전에 오늘은 받은만큼 일했는지 자문해보고 양심에 크게 찔리는 것이 없다면 분명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러니 회사에서는 주변 사람들 신경쓰지말고 각자 본인이나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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