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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Hej Jul 27. 2023

전문직 변호사가 팀플을 대하는 방법

우당탕탕 풋살 시작기


대부분의 전문직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호사는 '협업'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거나 달라진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 업무가 '내 이름을 걸고' '내 책임 하에' 진행되는 종류의 것이기도 하고, 내 주관, 경험, 지식을 토대로 하는지라 타인의 의견을 반영했다가는 사건이 산으로 가거나 책임 소재만 불명확해지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법학이라는 학문의 국내 교육과정도 그렇다. 대부분 강의식으로 이루어져 자기 스스로 공부하여 결론을 내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팀을 짜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거나 발표하는 등의 협업식 교육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바쁘고 야근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취미생활로 가질 법한 것은 혼자 할 수 있어 시간 조정이 쉬운 필라테스, 요가, PT 같은 것이거나 영화, 독서, 여행 등의 일방향 단독 여가생활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팀플의 기회는 더욱 흔치 않았다.


그런데 축구를 하게 되었다. 원래 스포츠를 좋아해서 축구, 야구, 배구 등 가리지 않고 경기장에 나가곤 했지만, 수동적인 관객의 입장이었을 뿐 플레이어로서 능동의 의미는 아니었는데, 정말로 어쩌다가 축구를 하게 되었다.


축구 같은 팀 종목은 나만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그 넓은 운동장을 내가 다 커버할 수 없을뿐더러 상대방은 11명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10명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승리의 가능성을 조금 더 높여준다. 


다른 팀원이 자기 역할을 다 해주지 못하면, 내가 거기까지 감당해야 해서 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패스가 딱딱 맞아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골까지 터뜨렸을 때의 그 희열감이란. 처음에는 패스도 잘 못하던 나와 팀원이, 혼자서 요리조리 드리블까지 해내는 순간! 함께 성장하는 기쁨까지 맛본다.


업으로서 사건을 다룰 때에는, 믿고 의지할 것이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최종적인 결정은 나의 몫이기에, 외롭고 고독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여가 시간이라도 팀플레이를 한다. 아직 여성 축구 인프라가 부족해서, 요즘은 풋살로 대체를 하게 되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팀원이 함께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내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우리 팀원을 믿는다, 내가 대신 한 발 더 나아가면 된다, 우리가 함께 결과를 이루어냈다. 이 맛에 팀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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