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용히 잘까 울어재낄까, 밥 잘 받아먹을까 뱉을까로 밀당하던 오월이는 올해로 12살이 되었다.
그와 나의 밀고 당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12살의 밀당은 주로 <바람이 문을 닫았다고 할까, 내가 닫았다고 할까>로 시작이 된다. 습습 후 하 긴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서 '쾅' 소리를 내고 닫힌 문을 기어이 다시 열어본다. 교양 있게 밀당하려면 노크는 필수다. 똑, 똑, 똑.
닫힌 문 너머로 숨소리만 겨우 들리더니 귓구멍 동굴에 버즈하나 꽂고는 흥얼거린다. 마음이 좀 풀렸나 보다. 다행이다 싶다. 그 모습이 왜인지 괜히 보기 좋았는데, 방은 여전히 난리통이라 원효대사가 해골물 찾으러 오게 생겼다. 못 본 척하고 동굴 문을 닫는다. 아, 한없이 농락당하는 기분이 든다.
오월이의 귓속을 점령한 음악플랫폼은 감사하게도 하나의 아이디로 가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음악이라고는 차로 이동할 때만 듣는 내게, 가끔 그 플랫폼에서 알림을 보내왔다. 검지손가락으로 주욱 내려보면,
'탑백귀 보유자' 배지를 획득하셨습니다.
'K-아이돌 리스너'시군요!
'신상곡 콜렉터' 활동을 해보세요!
아쉽지만 이번엔 DJ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따위의 '뭐야, 이거?' 하면서 두 번씩 읽게 만드는 메시지였다.
음악이라는 혼자만의 동굴을 찾아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 오월이의 행보가 분명했다. 부리나케 앱을 열어 '내 기록' 탭을 눌렀다. '이 주의 DJ', ' 파워 DJ'에 선정되기 위해 신청한 흔적과, 본인의 최애곡으로 꾸린 플레이리스트에 태그까지 달아두는 치밀함도 엿보았다. DJ에 선정되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메인에 오르게 된다는 사실까지 확인완료.
물증을 확보했으니 대질심문만이 남았다.
한번 더, 숨을 거칠게 몰아넣고 길-게 뱉는다. 습습 후-하
"오월아, DJ를 신청했었어?"
"어, 나 DJ 하고 싶어서."
"아.. 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
"플레이 리스트에 하트랑 팔로워 수가 늘어나."
"그게 너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엄마 브런치 구독자 모으는 거랑 똑같아."
.......
무거운데 웃긴 침묵이 감돈다.
어찌 된 게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그래, 엄마가 라이킷 하나, 댓글 하나, 구독자 한 명 늘 때마다 방방 뛰던 모습을 네가 보았지. 그렇지. 혼잣말처럼 흘린 말보다, 등을 돌리고 하는 행동이 더 오래 가슴에 새겨지는 법이지.
아이 나름 고단한 시간 속에서 힘들다고, 어렵다고 투덜대면서 계속 음악을 들었던 것은 음악이 주는 후련함 덕분이었을 테다.
음악과 함께 혼자 일 수 있어서 편안했다면,
네 울퉁불퉁한 마음의 벽을 조금이나마 매만질 수 있었다면,
그래, 그러자.
넌 음악을 듣거라. 엄마는 글을 쓸 테니.
*이미지출처: chat GP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