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같은 단어라도, 그 단어가 향하는 곳과 온도, 무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 차이가 나와 당신을 흔든다.
1. 말의 방향
드라마 속 인물 전재준은 친딸을 성추행한 선생님에게 분노해 딸의 학교에 찾아갔다. 교무실 안, 어느 선생님이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묻자 "차 타고요."라는 답변을 해 질문과 답 사이에 미묘하게 어긋난 틈새 장면을 연출했다.
말의 방향을 읽지 못한 전재준과, 그런 그를 안내하는 선생님과의 대화의 의미는 한 끗 차이일 뿐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계속 이런 대화가 오간다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말은 길이다. 질문은 출발점이고, 대답은 목적지이다. 그 길 위에서 방향이 어긋나더라도 상황에 따라 말속에 숨은 뜻을 이해하고 유추해 낼 수 있어야 한다.
2. 말의 온도
당신이 위로를 전달하는 방식은
몇 도인가요.
말은 나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말 그릇의 온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힘낼 기력조차 없는 사람에게 "힘내"라던가, "기운 내", "파이팅" 등의 짧은 위로는 공감보다는 조언으로 들리기 쉽다. 차라리 힘을 낼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있어주며 공감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물론 그 공허한 말 뒤에도 화자의 진심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지만. 때로는 한마디 말보다 따뜻한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3. 말의 무게
sns에 게시한 아이의 현장체험학습 도시락
예쁘게도 쌌네.
도시락 '예쁘다'라고 했다면 나도 그 댓글에 하트를 눌러 고마움을 표현했을 텐데. '예쁘게도 쌌네'라는 말에는 알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마치 도시락이 조금은 과했다는, 가벼운 평가가 따라붙는 듯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 글자 차이가 만들어 낸 이 묘한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내가 예민한 걸까 네가 너무한 걸까. 물론 알고 있다. 상대가 악의는 없었을 거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 하나가 남기고 간 감정의 파편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알고 있다. 말의 방향과 온도, 무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가끔은 쉼표를 찍으며 공백을 가져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뒤로 조금 떨어져서 다른 각도로 바라보며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도 말은 누군가에게는 방향이 되고, 온기로 남고, 묵직한 울림을 낳는다.
오늘, 당신의 말은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