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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빵 Aug 03. 2024

저 못해요. 진짜 못해요. 아무튼 못해요


개 같은 상황을 보면 화부터 내는, 일부러 화를 내는 것 같은 사람들을 병원에서 자주 봤다. 이것들을  잡아야 한다고. 기어오른다고. 등등 악독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뿜으며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인다


나는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다. 착해서거나 마음이 여려서 같은 그런 이유는 아니고 화를 내는 법, 거절하는 법을 잘 터득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직장에서만.


직장에서 묵묵히 견디고 집에 오면 애꿎은 나의 가족들은 나의 못다 한 화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일할 때 헤죽거리고 온갖 착한 척을 하다가 나에게 있는 제일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화를 냈다는 것이, 이렇게 쓰레기같이 행동했다는 것에 더욱 화가 나고 자책을 하고 마는 하루들이 많았다.


나는 왜 바보짓을 하는가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동네북인지 사람들이 다 나한테 일거리를 시키고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어서 그냥 했는데 결론은 그냥 쟤는 다하는 사람처럼 보는 것 같다고. 바보 같은 기분이 든다고.

나는 그냥 말 못 하는 멍청하면서 똑똑하게 살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냐고.


남편은 지랄을 하라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알고 힘든 것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쟤 성격 안 좋아. 미친 x라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으니 마음을 잘 정리해서 울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갑자기 사람은 한순간에 변하지 않지만 어쨌든 작고 약한 다짐을 했다.


나 못해요.라고 말해야지.


어느 때처럼 또 터무니없고 거지 같은 일들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도움도 안 되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도 아닌.


안된다고 말해야지. 안된다고.

차분히 마음을 다잡았다. 안 그럼 울어버리니까.


다시 부탁을 하는 전화가 와서

나는 논리도 없고 앞 뒤도 없이


아 오늘 못해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든지 알아서 하세요. 전 감기여서 몸도 안 좋고

못해요. 못해요. 아무튼 못합니다.


라고 말했다

못하겠다는 말이 뭐라고

가슴은 떨리고. 아 안되고 누가 뭐라 하면 일 그냥 그만두어야겠다는 극단적인 끝까지 생각하면서.


말하고 나니 아무 일도 아니었고 나 없어서 안 돌아가는 일도 아니었다. 나 같은 부품 하나 빠진다고 안 돌아갈 직장이 아니지.


한 번 꿈틀 해봤다.

한 번하니 두 번도 세 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기 싫은 일. 내가 꼭 다 해야 하는 것 아닌 일에 대한 거절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해내야 하는 또는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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