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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샤랄라 May 14. 2024

7명이 남았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작년 6월 14일, 인천광역시 교육청에서 '내 인생 첫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본과정이 시작되는 첫날, 인천광역시 교육청 4층 대회의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실감하는 날이었다. 그저 홀로 독서하고 단상을 끼적이며 글을 쓰고 있다는 특별한 목적 의식 없이 지내 온 나에게는 가히 충격이었다. 매주 수요일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기본 과정 3회를 모두 이수하면, 뒤이어 심화과정으로 신청이 가능하다기에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따로 내야 하는 수업료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알찼다. 


한번 한번의 수업이 진행될수록 참여하는 인원은 속절없이 줄어 들었다. 보통의 모임과 보통의 결심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심화과정까지 등록한 인원들은 꽤 되었다. 정확한 명수는 알 수 없었으나 세자리 수에 임박하지 않았나 싶다. 수업 회차를 거듭해 가며 참여하는 인원은 들락날락 했으나, 항상 자리를 지키는 분들은 꾸준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원고를 작성해서 36명의 예비작가분들이 탄생하였다. 그분들과 함께 교육청 지원으로 작게나마 책을 출판하는 경험을 하였고, 출판기념회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장학사님과 강사님, 교육청 관계자분들이 애써 준 덕분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는 순간이었다. 온전히 나의 개인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쓰는 일련의 활동들이 선택된 소수가 누리는 폐쇄적인 활동에서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시민참여활동이 되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보다 쓰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추세라지만, 쓰고자 하는 사람과 읽고자 하는 사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대한민국의 의식 수준 또한 과거에 머물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출판기념회 이후에도 자신의 일상을 영위하며 많은 학부모님들이 계속해서 글을 쓰고 계셨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모아 후속모임이 결성되었고 우리는 한달에 한번 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졌다. 모임 장소가 도서관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도서관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스며들고 있음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스무명 남짓 했던 초기 인원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또 추려졌다. 나 또한 2월달 코로나를 겪고 3월달 학기초라 잠시 삐끗했지만, 글바시 후속모임 안에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 고삐를 잡았다. 각자의 글에 진심인 작가님들은 모두 초보인듯 초보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배려 속에서 진심을 담아 글을 논함으로 2시간이 알차게 채워진다. 


상명하달식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써와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다. 글과 글을 낭송하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하나가 된다. 정해진 2시간이 지나고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누는 사담조차 컴퓨터 자판이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를 내며 화면에 글자를 띄우듯 작가님들의 음성이 곧 책의 활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


나에게 말은 말이었고, 글은 글이었는데 어느 덧 나의 말과 글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박장대소로 목소리의 데시벨을 통제하지 못하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리를 조금씩 낮추기 시작했다. 말을 하는 강사로 20년을 살았는데, 내가 하는 말을 글처럼 의식한다. 불필요한 말들을 잘라낸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았을 말들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숨고 싶기도 하다. 모두 글쓰기에 마음을 태우면서 시작된 변화다. 머리로는 아는데 입밖으로는 나오지 못했던 '미안하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들도 가슴에서 출발하여 입밖으로 나온다. 


피해받는 사람 없다며 나만 아는 이기심으로 했던 행동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일일히 열거하자면 이 글이 끝나지 않겠다. 그러한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김종원 작가님의 말따라 '방황'을 시작했다. 나를 꽁꽁 싸맸던 체면, 가식, 허세의 껍데기를 긁어 내고 있다. 한 번에 깨질 것 같지는 않아 날마다 긁어 내보련다. 


그리고 이제 7명의 최종 멤버가 남아서 책을 읽고 책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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