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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굴드와 올라프손

by 핫불도그

골드베르크 변주곡 (Goldberg Variations)

한 편의 아리아와 서른 편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을 연주한 명피아니스트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젊은 연주자들도 종종 도전하고 자신의 레퍼토리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글렌 굴드(1932~1982)의 연주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굴드의 작품은 두 버전으로 나뉩니다. 1955년 패스트 버전과 1981년 슬로우 버전. 빠른 연주는 굴드의 23세 데뷔 레코딩이고 느린 연주는 26년이 흐른 49세에 녹음합니다. 후자는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작품으로 느린 연주를 통해 바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꾀한 역사적 레코딩이 되겠습니다.

굴드는 콘서트 뮤지션과 거리가 멉니다. 그의 운둔자적인 행동과 괴퍅한 성격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는데 주로 스튜디오 레코딩 연주를 선호하였고 피아노도 콘서트용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버티컬 피아노)를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부친이 만들어 준 의자에 36센티미터 높이로 앉은 채 머리가 건반에 닿을 정도로 상체를 구부정하게 대고 건반을 어루만지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하여 1741년 출판되었으며, 그의 제자이자 건반연주자인 골드베르크가 초연하였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어느 백작의 의뢰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설은 근거가 약합니다.



2025년 2월 2일. 제67회 그래미 시상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이번 그래미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켄드릭 라마(1987~)와 비욘세(1981~)가 휩쓴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즈 부문을 눈여겨 보았습니다만 클래식 부문 후보자 중 한 피아니스트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Víkingur Ólafsson (1984~)

1984년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난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2009년부터 활동한 클래식 피아니스트입니다. 이번 그래미 클래식 기악 솔로 부문에는 올라프손 포함 다섯 명의 연주자가 후보에 올랐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래미 후보작인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들>입니다.

2023년 10월 6일 발표한 이 앨범으로 올라프손은 첫 그래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굴드의 연주와 비교가 됩니다. 처음 들었을 때 굴드가 발표한 두 가지 버전의 중간에 놓인 균형감 있는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뉴욕 타임즈에서 올라프손을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칭한 적이 있을만큼 그의 연주는 굴드의 연주를 소환합니다. 여기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올라프손의 생각은 이 음반을 굴드의 역사적인 레코딩과 차별화하며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합니다.

적어도 저에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위대함은 작품 전반에 있는게 아니라 각각에 있습니다. 삼십편의 변주곡을 하나하나 펼쳐 연주를 하려면 각 변주곡의 상태와 감정을 온전히 움켜줘야 합니다. 변주곡의 경이적인 소우주에 이끌리고 그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에 가득찬 채.


올라프손이 10대 중반에 꿈꾼 골드베르크 변주곡 녹음은 25년 만에 성사가 되었고 30개의 소우주는 그래미를 거쳐 우리 마음 속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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