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웨이브즈
우리나라 영토의 절반에 못미치는 네덜란드는 동쪽으로는 독일, 남쪽으로는 벨기에, 북서쪽으로는 북해를 통해 영국과 마주하는 국가입니다. 네덜란드는 '저지대 국가'라는 의미로 영토의 약 사분의 일이 해수면보다 낮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더치 혹은 홀랜드라고도 불리며 우리에게도 익숙한 각자 계산 방식인 '더치 페이'를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16세기 이후 해운, 무역, 상업, 은행업 등이 발달하였고 17세기에 걸쳐 유럽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였습니다. 이 황금기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가 렘브란트이고 약 250년 뒤 태어나 19세기 표현주의 사조에 기여한 압생트와 노란색으로 회자되는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큰 획을 그은 두 명의 화가를 배출한 네덜란드. 그렇다면 대중 음악에 있어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필적할 만한 밴드들은 누가 있었을까요?
조지 베이커 셀렉션(George Baker Selection)
쇼킹 블루(Shocking Blue)
포커스(Focus)
팝 밴드 조지 베이커 셀렉션은 1967년 결성되었고 국내에서는 "Paloma blanka(팔로마 블랑카, 흰 비둘기)"와 "I've Been Away Too Long(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어요)" 등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1967년 결성된 록 밴드 쇼킹 블루는 1969년 히트곡 "Venus(비너스)"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이 곡은 1986년 영국 팝 트리오 바나나라마가 커버하여 더 유명세를 탔습니다.
지금부터는 세 번째 밴드 이야기입니다.
포커스는 1969년 암스테르담에서 결성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약 10년 간 활동 후 1978년 해산되었고 몇 번의 재결합 이후 2002년 재결성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포커스를 지금까지 이끈 주축 멤버는 리드 보컬로 키보드와 플루트를 연주하는 티스 반 레르와 드럼의 피에르 반 데르 린덴입니다. 포커스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네덜란드 프로그레시브 록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홀랜드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주와 스타일 측면에서는 티스 반 레르의 보컬, 키보드, 플루트와 얀 아커르만의 기타가 중심이 되어 사운드의 독창성과 연주의 극적 역동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포커스를 네덜란드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밴드로 본다면 이들의 음악은 네덜란드 사운드의 전형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포커스를 대표할 수 있는 앨범 네 장을 꼽아볼까요?
1971년 2집 <Focus II (Moving Waves)>
1972년 3집 <Focus 3>
1973년 라이브 앨범 <At the Rainbow>
1974년 4집 <Hamburger Concerto>
여기서 포커스를 전세계적으로 알린 앨범이 있습니다.
1971년 4~5월 녹음하여 10월 발표한 2집 <Focus II>로 <Moving Waves>라고도 불립니다. 앨범 커버 사진 왼쪽부터 시릴 하버만스, 얀 아커르만, 피에르 반 데르 린덴, 그리고 티스 반 레르입니다. 라인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티스 반 레르: 보컬, 플루트, 피아노, 해몬드 오르간, 아르모니움, 멜로트롬
얀 아커르만: 어쿠스틱 및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시릴 하버만스: 베이스
피에르 반 데르 린덴: 드럼, 퍼커션
총 여섯 곡을 담고 있습니다.
1. Hocus Pocus (6:42)
2. Le Clochard (2:01)
3. Janis (3:09)
4. Moving Waves (2:42)
5. Focus II (4:03)
6. Eruption (23:04)
a. Orfeus, Answer, Orfeus
b. Answer, Pupilla, Tommy, Pupilla
c. Answer, The Bridge
d. Euridice, Dayglow, Endless Road
e. Answer, Orfeus, Euridice
LP 기준 A면에는 1~5번 트랙이 B면은 다섯 파트로 구성된 6번 트랙이 차지합니다.
첫 곡 "호커스 포커스(수리수리 마수리)"는 커다란 솥단지에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를 한소끔 끓이다가 요들과 스캣을 넣고 휘저으면서 강력한 마법 스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법사는 보컬, 키보드, 플루트를 맡고 있는 반 레르이며 그의 요들과 스캣은 이 곡을 전무후무한 프로그레시브 록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곡 "르 클로샤드(방랑자)"와 세 번째 곡 "재니스(여자 이름)"를 거쳐 네 번째 곡 "무빙 웨이브즈(찰랑이는 물결)"는 앨범 타이틀곡으로 유일하게 가사가 있습니다. 다른 곡들에 비해 평이하게 느껴지지만 물결을 통해 자아를 투영하고 내적 변화에 대한 표현을 통해 작품 전체를 대변합니다. 곡이 짧다보니 이어지는 또 다른 타이틀곡 "Focus II"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 대곡인 "이럽션(분출)"을 준비하는 인터미션 혹은 프리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첫 곡의 마법은 풀리지 않은 채 마지막 곡에 다다릅니다. 다섯 파트로 구성된 대곡으로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에 등장하는 오페라 인물과 스토리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입니다. 클래식, 재즈, 하드록 등을 토대로 포커스만의 프로그레시브 록 마술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포커스는 2024년 15집 <Focus 12>을 발표하였고 현재 멤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상팁으로 포커스의 나머지 대표작들을 찾아보시고, 언급한 네덜란드 대표 밴드들 작품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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