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소니 잭슨
1954년 뉴저지 주 출생인 디 메올라는 재즈 퓨전에서 각광을 받은 기타리스트입니다. 디 메올라(이탈리아계 성)는 1972년 칙 코리아(역시 이탈리아계)가 만든 재즈 퓨전 밴드(리턴 투 포에버)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였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 사단의 멤버들이 만든 재즈 퓨전 밴드들은 1970년대 전반에 걸쳐 퓨전 재즈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키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데이비스 학교 퓨전 밴드●
웨더 레포트: 조 자비눌, 웨인 쇼터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 존 맥글러플린
헤드헌터스: 허비 행콕
리턴 투 포에버: 칙 코리아
위 네 밴드는 재즈 퓨전의 바이블입니다. 밴드를 만든 리더들의 지향점과 멤버들의 스타일이 다양하다보니 각 밴드의 음악은 서로 선명하게 구분이 됩니다.
●스타일과 키워드●
웨더 레포트: Funky, World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 Free, Progressive
헤드헌터스: Funky, Rock
리턴 투 포에버: Latin, Progressive
밴드들의 주요작들은 키워드가 연상되는 연주가 돋보입니다. 물론 저변에는 데이비스의 1970년 발표작 <Bitches Brew(재즈짱들 날뛰다)>에서 제시된 전자 악기 중심의 재즈 퓨전이 공통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1972년 칙 코리아가 만든 리턴 투 포에버는 1972년 1집 <Return to Forever>, 1973년 2집 <Light as a Feather>, 1973년 3집 <Hymn of the Seventh Galaxy>로 재즈 퓨전과 프로그레시브 록계를 강타합니다. 이 시기가 리턴 투 포에버 1기입니다. 2기는 멤버의 교체를 통한 음악적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더 록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주도한 멤버가 버클리 음대를 마친 후 얼마 안 된 19세의 알 디 메올라입니다. 디 메올라는 1974년 4집 <Where Have I Known Before>, 1975년 5집 <No Mystery>, 1976년 6집 <Romantic Warrior>까지 3장의 앨범에 참여합니다. 디 메올라는 이 기간에 이름을 알렸고 1976년 칙 코리아의 밴드 해산 결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솔로 경력을 시작하게 됩니다.
디 메올라의 솔로 작품들은 대부분 재즈 퓨전 명작들입니다. 특히 1976년 이후 1980년 초반까지의 초기 앨범들을 차례대로 감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샘플러로 1~4집을 추천합니다.
1집: Land of the Midnight Sun
1976년 10월 데뷔 앨범입니다. 여기에는 칙 코리아가 이끈 리턴 투 포에버의 2기 멤버들(칙 코리아, 스탠리 클락, 레니 화이트 등)이 참여하여 동료 디 메올라의 작품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베이스 기타에는 스탠리 클락, 자코 패스토리어스, 앤소니 잭슨이 네 곡에 각자 참여하여 불꽃튀는 경쟁을 합니다.
2집: Elegant Gypsy
1977년 4월 발표한 작품으로 라틴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재즈 퓨전입니다. 총 여섯 곡 모두 제목에 라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소재들(리오, 스페인, 로마, 브라질, 지중해, 탱고, 집시 등)이 담겨 있습니다. 기본 구성은 퀸텟(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퍼커션)으로 록 음악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며, 디 메올라의 오리지널 "Mediterranean Sundance(지중해 태양의 춤)"는 플라멩코 기타의 대부 파코 데 루치아와 디 메올라의 어쿠스틱 기타 듀엣으로 백미입니다. 이 곡은 1980년 12월 5일 금요일 밤 샌프란시스코 라이브에 재등장하여 역사적인 이벤트를 이끌었습니다. 리듬 섹션의 드럼과 키보드는 곡마다 연주자를 달리하였지만 베이스 기타는 온전히 앤소니 잭슨의 몫입니다. 이 앨범은 미음반협회 골드 인증(50만장)을 받아 디 메올라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3집: Casino
1978년 2월 발표한 섹스텟 엘범입니다. 2집이 화려한 라인업, 건반 악기의 강렬한 연주, 라틴풍의 록을 들려준다면 3집은 디 메올라의 기타가 더 전면에 나서며 퍼커션의 리듬과 비트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 되겠습니다. 앨범 커버에 보면 디 메올라 오른쪽에 일렉트릭 기타가 왼쪽에 어쿠스틱 기타가 놓여 있습니다. 디 메올라의 어느 기타 연주가 더 뛰어나냐는 질문은 '짜장면이 좋아? 짬뽕이 좋아?' 하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4집: Splendido Hotel
1980년 5월 발표작입니다. 디 메올라의 기타 연주를 듣노라면 칙 코리아 피아노의 기타 버전이라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리턴 투 포에버에서 같이 있었고 라틴 재즈를 공유한다는 점 그리고 코리아가 디 메올라의 앨범에 참여했다 사실 등이 디 메올라-코리아의 높은 음악적 투명도를 드러냅니다. 4집은 2LP로 출시되었고 디 메올라는 화려한 호텔에서 신기에 가까운 기타 연주를 들려줍니다.
디 메올라의 솔로 경력. 화려하고 불꽃 튀는 연주 게다가 속사포같은 핑거링은 웬만한 스피드 메탈의 기타 연주는 저리가라입니다. 그의 연주와 작품은 재즈 퓨전 그리고 록 기타리스트들에게 영향력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디 메올라의 연주력과 명성을 드높인 앨범이 소개한 1~4집 등의 초기작입니다. 당시는 록이 부흥하는 시기였고 재즈 또한 전자악기의 적극적 도입을 통해 재즈 퓨전으로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데이비스 사단과 직간접으로 연관되는 걸출한 뮤지션들이 무한한 재즈 퓨전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디 메올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라이브 앨범이 있습니다.
왼쪽 및 가운데 앨범은 존 맥글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그리고 알 디 메올라의 라이브 앨범입니다. 1980년 12월 5~6일 샌프란시스코 워필드 극장에서의 실황을 담고 있습니다. 재즈 퓨전 및 라틴 재즈를 뛰어 넘어 플라멩코 기타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디 메올라-맥글러플린-데 루치아 기타 트리오 협연은 역사적인 명연으로 기록되었고, 세 기타 장인은 그 인기에 힘입어 1983년 봄 오른쪽의 스튜디오 앨범 <Passion, Grace, and Fire>를 발표합니다.
19세에 이름을 날린 디 메올라가 어느덧 71세가 되었고 연주 경력도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국내에는 최근인 2022년 10월, 2025년 9월 방문 공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재즈 퓨전을 시작으로 지중해 음악, 라틴 음악, 월드 뮤직, 플라멩코, 탱고 등을 거쳐가며 극강의 스피드와 기교로 그만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디 메올라. 이 지점에서 그의 음악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만 1980년대 클래식과 재즈계를 뒤흔든 트럼피터 윈튼 마살리스가 마일즈 데이비스, 키스 자렛 등에 의해 비판받은 사건을 떠올린다면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판단은 온전히 감상자의 몫입니다. 글에서 자세히 소개를 하지는 않았지만 알 디 메올라의 초기 작품들을 굳건히 받쳐주었던 베이스 기타의 앤소니 잭슨이 10월 19일 73세로 타계하였습니다. 스탠리 클락의 절친이자 동료인 잭슨은 여섯 줄 베이스 기타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재즈 장인들이 생을 마감하면서 이들의 앨범만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디 메올라의 음악을 들으면 잭슨을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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