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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 헤라 Aug 18. 2023

돌발성 난청이 뭐예요?

  2~3년 전쯤이었다. 어느 날부턴가 귀에서 삑~~~~~~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저 소리가 나기 며칠 전 둘째 아이가 내 귀에다 소리를 꽥 질러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증상이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삑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오른쪽 귀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날이 지날수록 오른쪽 귀가 점점 더 안 들렸다.  

   

  며칠을 참다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다. 선생님은 일시적인 증상일 수 있으니 하루 약을 먹어보고 그래도 그대로이면 다시 꼭 오라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렇게 하루 동안 약을 잘 챙겨 먹었는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건 그대로였다 아니 이젠 아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병원에 가서 의뢰서를 받고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대학병원은 사람도 많고 정말 많은 소리가 들리는 곳임을 새삼 느꼈다. 병원에 들어서자, 이번에 오히려 잘 들리는 쪽 귀가 너무 아팠다. 소리가 나를 공격하는 거 같았다. 뭔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렇게 나는 예약도 없이 당일 접수 후 한참 기다린 다음에야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 결과 역시 돌발성 난청....

(이미 동네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셔서 알고 있었다)     

  “제가 왜 돌발성 난청에 걸린 걸까요. 왜 온 걸까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죠.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때문에 오기도 하죠. 중요한 건 왜 왔냐가 아니라 약 드시고 얼른 좋아져서 원래 청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해요.”     

 동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입원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역시 대학병원은 많은 환자가 있어서인지 나의 증상이 생각보다 그다지 큰 병은 아닌지 선생님은 입원 대신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주셨다. 용량을 잘 지켜서 먹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혹시라도 약을 먹고도 좋아지지 않으면 주사를 맞을 수도 있고, 환자 중에 간혹 청력이 돌아오지 않는 분도 계시다며.....     

 

  나는 이번에도 나의 튼튼한 몸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니 약발이 잘 받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그렇게 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때려먹고 10일 만에 다행히 청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약간의 이명이 남아있긴 했지만, 며칠 지나자, 그것도 없어졌다)

귀가 안 들리던 며칠 동안 정말 무서웠다. 특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둘째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께서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지냈는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선생님 제가 잘 안 들리니깐 하실 말씀은 문자로 하세요. 할 수도 없고, 그저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웃는 거밖에 할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측은하게 볼 걱정할 그들의 눈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나마 똘똘한 둘째는 나의 병을 인지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집에 와서 천천히 다시 한번 전달해 주었다.     

 

  이상한 건 귀만 안 들리는 건데 몸 전체가 아프고 힘든 느낌이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내가 몹시 힘들어 보였는지 며칠 남편이 설거지며 아이들 돌보는 것들을 도와주는 듯하더니, 좀 괜찮아 보이니 남의 편은 바로 손을 떼고 자기만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에게 왔던 돌발성 난청은 2주 정도가 지나서 나의 몸을 떠났다.

갑자기 왜 그랬던 걸까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렇게 갑자기 오는 거라고 한다. 

신기한 건 스테로이드제를 먹는 동안 허리통증도 말끔히 사라졌었다..

(허리가 아프지 않은 삶은 정말 좋았는데~~~)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동안 괜찮은 걸 보면 일시적이었던 거 같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때 입원을 못했다는 것이다. 은근히 기대하고 대학병원에 갔었는데

분명 동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이 정도면 입원 각이라고 하셨었는데......

다시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이지만 언젠가 다시 온다면 그때는 꼭 입원시켜 달라고 해야겠다.     

 

   “돌발성 난청아 이제는 다신 오지 마! 혹시라도 올 거면 이번에는 입원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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