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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Nov 21. 2023

K 인기

K 소프트파워는 '소프트'한가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로 한 간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게도 특별한 경험일테지만, 세상과 제일 ‘단절’된 나라에서 온 나한테는 더욱이 특별하다. 특히 내가 태어났고 자랐던 나라와 어떤 점이 다른 지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생각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잃어버린? 시절은 다시 여행하는 느낌이다. 오늘 쓰고 싶었던 글은 사실 한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해 쓰고 싶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많이 느끼진 못했지만, 한국 K-POP, 드라마, 음식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타지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람이지만 외방인으로서 솔직한 평가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처음 한국미디어를 접한 때는 10살남짓 때였다. 그때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를 넋 놓고 바라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춘기 때 처음으로 남자아이에게 고백했을 때 했던 말도 “만나자”가 아니라 “사귀자”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운 적도 없는 나한테는 달콤한 노랫말이 로멘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에 온 후로 드라마와 일상생활에서 찾아오는 괴리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아이돌의 외모와 패션을 따라가느라 정신없는 환경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음악도 별로 독창성이 없게 느껴졌다. 이상으로 새 인생을 살아내느라 정신없는 어느 탈북민 청년의 넉두리라고 여기면 충분할 것 같다. 

          홍콩에서는 K-POP의 인기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BUDA(Baptist university dance association)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대학 4년간 처음으로 동아리에 참여하는 순간이었다.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와중에 찾은 하나의 솔루션이 댄스였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OT는 광둥어로 진행됐다. 그래서 나는 한 박자 늦게 반응했는데, 눈치 빠른 한 친구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을 듣더니, 자기도 서울 갔다왔노라고, 무슨  간식을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이어서 이어지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에 나오는 노래는 뉴진스의 “ETA”를 시작으로 “퀸카”등이 이어졌다. 노래는 그렇다 쳐도 춤까지 따라추고, 노래도 따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후에 한 주에 3일씩 모여서 4시간씩 댄스연습을 했는데, 스트레칭에 사용하는 노래도 모두 KPOP이었다. 또한 1학년에 재학중인 한 친구는 JYP에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내가 홍콩에 재학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눈빛부터 달라졌다. 몽골에서 온 한 여학생(나는 한국인이라고 착각했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를 거의 다 본 듯했다. 리스트를 보여줬는데, 정말 200개 정도의 드라마가 있었다. 읽어 내려가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인스타 팔로워가 5천이 넘는 한 남학생은 나한테 KPOP 아이돌은 부유해야 된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선형대수학 강의에서 내가 한국말을 하는 걸 들은 한 여학생은 한국인이냐고 반가워했다. 인스타도 교환했고, 간단한 한국어 실력도 뽐냈다. 차은우를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콩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서 50% 정도는 한국의 제품이었다. 한국의 삼겹살, 치킨, 김치찌개 등 레스토랑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그랩(grab) 오토바이 기사님은 30세의 나이인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한국어 시험에 통과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기까지면 한국의 문화적 파워가 얼마나 센지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서 멈추면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어깨가 으쓱해 질 것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거리를 제시해 보려고 한다. 

         첫째, 한국사람에 대한 동경이다. 아시아 국가 뿐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과히 고평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 살았던 어린 소녀와 마찬가지로 남한의 남자들은 그들의 이상형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으면 자랑하게 된다. 한국인을 만나고 싶어 비행기에 오르기도 한다. 두번째는 한국음식에 대한 과대평가이다. 이웃 나라 중국만 해도 그 음식수가 너무 다양해서 헤아릴 수 없다. 맛도 너무 다양하다. 이 세상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으니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많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한국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은 K-문화의 파워에 힘입어 외국에서 장사도 잘 되는데, 가격까지 높다. 이런 비지니스 전략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셋째는 한국의 미의 기준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돌의 미의 기준이라 하겠다. 한국미디어에서 여신이라 추켜세우는 장원영, 윤아를 따라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뿐만이 아니다. 얼굴 뿐 아니라, 건강할 수 없는 몸매를 이쁘게 바라보도록 만드는 KPOP의 기준이 다른 나라에서는 그냥 보는 수준에서 그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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