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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나를 잊지 마세요

세라핀 루이스& 카미유 클로델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심리학자였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1934.3.5-2024.3.27)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1937.3.16-1996. 6.2)가 그들이지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기존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인간은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존재라고 밝힙니다.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인지 수학적 심리학자로, 초기 작업은 측정의 기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함께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인이 어떻게 평가하고 선택하는지 탐구하는 전망이론을 개발하며 행동 경제학 분야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전망이론'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라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도전하며, 인간의 결정이 엄격한 합리성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론이지요. 두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서의 선택을 설명하며, 기존의 효용이론과는 다른 모델을 제시합니다. 생뚱맞지만 저는 감히 경제학 분야에 쓰이는 용어를  19세기를 살아 낸 두 명의  여성 예술가들에게 적용해 봅니다.  








간특하지 않음
잘난 체하지 않음
순수함
-이자벨 스파크(Isabelle Spaak/저널리스트-









그림1<Tree of Paradise>,1928wikipedia/그림2<사쿤탈라>,1888&로댕<영원한 우상>1889/오마이뉴스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채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들을 당시에는 약간 경멸하는 듯 한 말투로 '일요화가'라고 칭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이 전통적인 미술의 원칙을 떠나 본능과 무의식을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들은 '소박파(Naive Art)라고 불리며 미술사에서 대접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들 작품은 어떤 유파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직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창조적 동력에 몸을 맡겨 작품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현대미술의 원리와 원칙과는 거리가 먼 문외한이며 아웃사이더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미국에서는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 Art)라고 부릅니다.




소박파(Naive Art) 미술도 논리적이고 사변적인 현대 미술의 2% 부족함을 메워주는 이미지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주류 미술을 통칭해 '아루뷔르(Art burt)'라고 하는데 정신분열증 환자와 아마추어 화가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순수하고 꾸밈없이 그려내는 "순수한 미술"을 의미합니다.





<그림 1>. 세라핀 루이스의 <Tree of Paradise,1928> 작품입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정물화의 느낌과 사뭇 다르지요. 조용한 구도와 정적인 분위기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 눈이 다양한 빛깔에 움찔합니다. '내가 평소에 보던 나뭇잎이랑 나무가 맞나?' 하며  상채를 기울이게 합니다.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체 같아 요란한 몸부림으로 캔버스가 시끌벅적 한 느낌입니다. 살아있는 나뭇잎이 걸어 나올 것만 같아 무섭기도 하고요. 세라핀이 외롭고 힘들 때 안아 보는 나무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 특별한 세리머니를 해 주나 봅니다. 일반인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 말입니다.





 1864년 9월 3일생입니다. 7살 즈음 부모님이 돌아가십니다. 큰 언니 손에 자라며 일찍부터 어린 손으로 양치기 등의 노동을 했습니다. 10세 때 성당 신부님의 배려로 학교에서 문 뒤에 숨어 미술 수업을 몰래 엿들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마을을 떠돌며 시계를 고치는 장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녀의 손재주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아이가 받아야 할 돌봄과 거리가 먼 삶을 일찍부터 살았던 아이라 짐작만 할 뿐이죠.




13세가 된 그녀를 기다린 것은 중산층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면서도 남에게 미루는 일들을 대신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마룻바닥 박박 문질러 닦기. 주기적으로 창틀과 창문 닦기, 세탁물 삶아 비틀어 짜기, 놋 제품 광내기, 손에 선지를 묻혀가며 소시지 혹은 순대 만들기 같은 온갖 허드레 일 말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좋지 않은 평판 때문에 20년간 일한 수녀원에서 나와 홀로 마을의 다락방에서 살게 된 이후였습니다. 1905년의 일로, 세라핀의 말에 따르면 , "천사가 성모 마리아를 위해 그림을 그리라는 사명을 전달해 주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날로 그녀는 종이뿐만 아니라 각종 병, 도자기, 널빤지, 가구 위에조차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밤이 되면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닥치는 대로 새로운 재료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까미유 클로델은 1864년 12월 8일생입니다. 축복받는 탄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부터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상당한 지위가 있는 공무원이었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녀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은 바로 그녀가 태어나기 일 년 전에 세상에 태어났다가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난 장남 샤를 앙리 클로델 때문이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카미유의 부보는 크게 상심합니다. 다시 아이를 가져 15개월 만에 아이가 태어납니다. 부모는 이왕이면 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딸인 카미유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실망감에 거리를 배회합니다. 어머니는 그녀의 존재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까미유에게  독설을 퍼붓습니다. 훗날 아버지는 딸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녀의 재능을 적극 후원해 줍니다. 반면 어머니는 그녀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부인하며 나중에 태어난 아들 (폴 클로델: 시인, 작가, 외교관으로 유명하다.)을  편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한 편애와 독설이 훗날 카미유가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된 근본 원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엄마가 좀 따뜻했으면 그녀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요.




이렇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카미유는 혼자서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려서부터 점토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카미유는 12살에 <다비드>, <골리앗>을 제작하여 천재성을 보입니다. 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아버지는 클로델이 15살이 되자 조각가 알프레 부셰를 찾아갑니다. 클로델은 부셰의 도움을 받아 17살에 파리의 사립학교인 콜라로시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됩니다. 당시 여성을 입학시켜 주는 곳이 많지 않았지만, 이곳은 들물게 허용을 해줍니다.





공모전에 당선된 스승 부셰가  로마로 떠나게 되며 로댕에게 자신의 제자들을 위탁합니다. 스승 부셰는 사랑하는 제자 까미유에게 근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부셰는 까미유가 예술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격한 성격으로 일을 망치는 것을 무척이나 걱정했습니다. 또한 까미유에게 속물처럼 행동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많은 시간 인내를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예술가다운 진면목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조언하고요. 스승 부셰는 그녀에게 닥칠 불운한 기운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많은 충고와 조언을 남기고 떠납니다.




                                           43살 VS 19살




 이미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 덥수룩한 수염에 근엄한 인상까지 주는 로댕입니다. 당시 유럽에서 최고의 조각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고요. 영특한 눈매에 19살의 천재 조각가 까미유는 로댕과 이렇게 첫 대면을 합니다. 






그대는 나에게 활활 타오는 기쁨을 준다오.
내 인생이 구렁텅이에 빠질지라도 아무것도 후히 하지 않을 거예요.
슬픈 결말조차 후회스럽지 않아요.
당신의 그 손을 나의 얼굴에 놓아주오.
나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나의 가슴이 신성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로댕이 쓴 편지)









로댕의 관점에서 클로델은 영특한 조수이자, 모델, 연인, 그리고 신선한 영감을 주는 공동작업자로 자신 인생의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합니다. 클로델의 관점에서 로댕은 스승이자 , 연인, 영감울 주고받는 예술적 동지, 그리고 경쟁자로 변해갑니다. 19살에 만나 35살까지 15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합니다.




<그림 2> 까미유 클로델의 작품 <사쿤탈라 Sakountala, 1888>와 로댕의 작품 <영원한 우상, 1898>입니다. 이름을 가리고 두 작품을 비교해 본다면 클로델의 작품이 훨씬 관능적입니다. 섬세하고요. 이 작품으로 클로델은 살롱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세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고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클로델에게 이 작품은 그녀가 '로댕의 연인'이라는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떨쳐버리고 정식 작가로 인정받게 해 준 작품인 거죠.




클로델식 열정적인 사랑표현법입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두 팔로 여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입니다. 이미지가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격정적인 에너지, 육감적인 포즈 등이 유사하거든요.  이 일을 계기로 로댕과 까미유 사이에 큰 균열이 생깁니다. 로댕이 클로델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스캔들이 생긴 거죠. 잃을 것이 많았던 로댕은 스캔들로 인해 자신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합니다. 그리고 클로델이 작품을 출품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해 가까스로 표절 시비를 잠재웁니다.











난 슬플 때면 시골길을 걸어요.
그리고 나무를 만지죠.
새, 꽃들, 벌레들에게 말을 걸어요.
그러다 보면 슬픔이 가시죠.
(Seraphine Louis)



그림1<Bouquet of Flowers>/Nevsepic그림2<왈츠>,1891




세라핀은 남의 집 허드렛일로 받은 품삯으로 먹을 것과 땔감 대신 흰색 물감을 삽니다. 들판의 꽃과 수초에서 염류를 채취하고요. 푸줏간에서 얻은 동물의 피나 색깔 있는 초의 파라핀을 물감 삼아 자신만의 색채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도 흰색은 만들 수 없었습니다. 세라핀은 산업용 도료인 '리플리 도료'를 이용해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 배합은 아직도 비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몇 달째 집세를 밀리면서 골방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그녀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멸시와 조롱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그림 그리기가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변변한 붓 하나 없이  캔버스에 손가락으로 쓱쓱 그려나갑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채워가는 세라핀의 그림엔 배경이 전혀 없습니다. 오직 화폭에 나무와 꽃, 과일들만 가득할 뿐입니다.




그녀가 표현한 꽃, 나무, 들판 등의 자연은 무언가에 홀린 듯 강렬합니다. 그 안에는 조금은 기괴하면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이 엿보이고요. 주변사람들이 하녀 주제에 무슨 그림을 그린다는 거야 하는 식으로 최하층 계급이 예술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질시와 냉대가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그림 1>. 저는 세라핀의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왠지 '여자 고흐 같다.'싶습니다. 고흐는 자신을 알아주는 평생 친구이자 동생인 테오가 있어 그래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세라핀은 믿을 곳이 신과 자연밖에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세라핀은 마치 중세 시대의 깊은 신앙심을 가진 구도자처럼 이 세상에 최초로 존재할 것 같은 열매와 나무와 꽃들을 화폭에 그려냅니다. 그녀 눈에 아름답고 보석 같은 존재들을 말이죠.




<그림 2>.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즐겨 연주했던 곡이자, 영화 <트와일라잇> 삽입곡으로도 알려진 <달빛>의 작곡가 드뷔시와 만납니다. 로댕과 헤어지고 난 후 동생의 친구였던  드뷔시와 단순히 썸을 탄 것인지 연인이었는지 무성한 추측만 오갈 뿐입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끌로델의 청동 조각상 <왈츠>는 드뷔시에게 많은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죠. 드뷔시가 연주하는 모습을 모델로 했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녀는 이 작품을 드뷔시에게 선물로 주었고, 드뷔시는 평생 간직했다고 합니다.











그림1. 씨네21/<세라핀>프랑스 화가 세라핀 루이스의 삶/그림2.<까미유 끌로델>/한국강사신문








<그림 1> 세라핀인 50세가 되던 1912년 그녀에게 세상과 이어 줄 행운의 사나이가 나타납니다. 피카소를 발굴한 미술사가이자 미술품 감식가 빌헬름 우데(Wilhelm Uhde, 1874-1947)가 주말 휴식 차 상리스의 전원주택을 빌립니다. 우데가 모임에 초대받아 갔다가 판자에 그려진 한 신비스러운 사과 그림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자기의 전원주택 허드레 일을 하러 오는 하녀 세라핀의 그림임을 알고 전율합니다. 빌헬름 우데는 20세기 미술을 움직였던 화상입니다. 독일 출신의 컬렉터, 비평가, 법률과 미술사를 공부한 분이시죠.





우데는 막 파리에서 예술적 배경이 취약한 세관원 출신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1844-1910)를 소박화가(Naive art)로서 성공적으로 주목받게 하고 온 직후였습니다. 우데는 카미유 봉부와(Camille Bombois 1883-1970), 루이 비뱅(Louis Vivin, 1861-1936), 앙드레 보샹(Andre Bauchant, 1873-1958)등 소박파(naive art)의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우데는 이들에게서 자연과 현실에 대한 경건한 태도, 그리고 원시적인 생명력을 발견해 소개했습니다.






앙리 루소 Henri Rousseau1844-1910,8TREE/카미유 봉부아 Canille Bombois 1883-1970,Seoul Art Guide
루이 비뱅 Louis Vivin 1861-1936,국내도서-교보문고/앙드레 보샹 Andre Bauchant 1873-1958,ARTLECTURE






우데는 망설임 없이 세라핀을 전폭적으로 후원합니다. 세라핀은 더 이상 일을 나가지 않고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그려지는 대로 족족 우데가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iORYvL24LU







<그림 2>. 로댕은 자신이 참석하는 파리의 모든 사교계에 까미유를 동반하고 다닙니다. 사람들에게 그녀가 대단한 조각가임을 주지시키면서 말이죠. 이제 그녀의 행동들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까미유는 이제 파리 사교계에서 주목받는 유명 여류 조각가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미모와 예술가적 기질이 보태지면서 사람들은 아름답고 대단한 이 여류 조각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하기 시작합니다. 




 <지옥의 문> 작업을 함께 할 당시 너무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빠진 로댕의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의 밀월관계를 이룰 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 작품들은 절정을 보여 줍니다. 




그림1.영원한 지옥의 형벌을 받는 다나이드/www.djuna.kr그림2.<키스>/Solutus , 로댕








 




우리 둘만의 집, 우리 둘만의 아틀리에
우리 둘만의 식탁, 둘이 함께 가는 미술관
둘이 함께 초대할 수 있는 친구들과의 작은 파티...
당신은 내게 이런 것들을 약속했었지요.
우리 둘의 남편과 아내로
숨김없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지요.
그 약속을 지켜주세요
- 까미유 끌로델-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로댕 곁에 오랜 세월 사실혼 관계를 이루고 있던 연상의 여인 로즈 뵈레가 있었습니다. 뵈레는 로댕이 무명이던 20여 년 전부터 지원해 주고 돌봐준 여인입니다. 힘든 시절을 함께 건너온 조강지처 격의 로즈 뵈레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처지입니다. 또 두 사람 사이엔 클로델보다 두 살 어린 아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까미유와 로즈가 크게 싸운 적이 있었습니다. 로댕도 이 장면을 보았지요. 까미유는 여성이 사랑에 미치면 진짜 '미친 X'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로댕은 사랑에 미쳐도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요. 로즈를 데리고 나가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림1.<Apples with leaves>/Fishki.net그림2.<지옥의 문>작업모습/오픈갤러리






<그림 1>. 하지만 세라핀의  행운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그녀의 남은 생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얼룩져 버립니다. 1914년 8월, 독일인이었던 우데는 쫓기듯 한밤중에 프랑스 국경을 넘게 됩니다. 우데가 프랑스 거주 독일인이었기 때문이죠. 상리스 마을  사람들도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칩니다. 오직 세라핀만이 마을에 혼자 남습니다.  



세라핀은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는 비참함 속에서도 버팁니다. 그리고 13년 후인 1927년 상리스를 다시 찾아온 우데와 극적으로 재회하며 감격할 만큼 성장한 작품 세계에 놀랍니다. 우데는 파리에서 세라핀의 개인전을 열어주기로 약속하지만 당시 유럽을 강타한 경제 공황으로 전시회는 또다시 미뤄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라핀은 성당의 마리아상에 온통 분홍색칠을 하고 잠이 듭니다. 세라핀에게 서서히 정신병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세라핀의 무아지경과 정신적 망상은 통제될 수 없는 방향으로 짙어갑니다. 순백의 드레스에 면사포까지 쓰고 자신이 사들였던 촛대와 은 식기들을 동네 집집마다 문 앞에 놓고 돌아다닙니다. 천사들이 자기 전시회를 보러 올 거라고 하며 온 동네를 헤매고 다니는 것이죠.





불안과  초조가 더해진 세라핀은 결국 정신착란증으로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됩니다. 그녀는 병원에 갇혀 2차 대전 중에 다른 정신 이상자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돌봄을 받지 못하며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다 1942년 사망합니다. 세라핀이 죽고 3년 후, 우데의 노력으로 파리와 전 세계에서 그녀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림 2>. 까미유는 전반적으로 대리석을 정교하게 조각하는 스타일입니다. 로댕의 작품 일부는 그녀의 손길을 거쳐 갔음을 터치에서 직감할 수 있죠. 사후에 전문가들은 서명이 없는 작품들은 모두 로댕의 작품으로 분류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1892년 까미유는 로댕의 작업실에서 나와 독립합니다. 까미유는 로댕과 함께 15년 동안 창작에 몰두하였으나 자신의 이름을 서명할 수 있었던 작품은 극히 소량이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로댕의 작품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었고 로댕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어 스스로 포즈를 취해 줬으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기적인 급여마저도 받았다는 증거는 어디에서고 찾아볼 수 없었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bfv9T1lSO2U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아요
(Seraphine Louis)



그림 1./Wikimedia Commons그림 2. <성숙 The age of maturity,1899/Colorado Times






<그림 1>. 꽃과 나무를 수없이 그렸던 세라핀의 작품엔 눈에 보이는 사물을 넘어서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에너지와 영혼까지 모두 흡수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모두 받아들인 정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사물을 보고 함께 그들 안에서 머물 수 있었던 심미안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도 들고요.

본다는 것이 어떤 경지까지 갈 수 있는 것인지, 보는 것과 느끼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표현하는 것의 경지가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지. 세라핀이라는 작가를 통해 자꾸 되묻게 됩니다.






작품명 <성숙, The age of maturity,1899>입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서 죽는다는 철학이 담긴 내용입니다. 보통 어린이, 어른, 노인 이렇게 삼대로 표현되지요. 이 작품에선 젊은 여인, 중년 남자, 노년 여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젊은 여인은 애원하는 자세이고, 중년 남자는 무기력하며 노년 여자가 중년 남자를 데리고 가는 모습입니다. 그들의 관계를 아는 이들이라면 늙은 부인은 '로즈'이고, 중년 남자는 '로댕', 그리고 애원하는 여자는 '클로델'이라고 짐작했을 겁니다.  






클로델의 <성숙>이란 작품을 본 로댕은 이 작품으로 인해 자신이 큰 곤욕을 치르게 될까 봐, 클로델이 작품을 주물로 완성하지 못하게 합니다. 당시 청동작품 제작 시 비용이 많이 들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필이면 로댕이 '국립예술위원회' 심사위원으로 있었거든요. 작품 <성숙>이  심사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물증은 없으나 심증만 있을 뿐이죠. 15년간의 불 같은 사랑이 끝이 나는 순간입니다. 




 까미유는 설명합니다.  남자는 한 예술가로서의 한 인간이고 늙은 여자는 자기 안에 너무 일찍 늙어버린 여자의 모습이라고 말입니다. 젊은 여자는 그저 남자에게 매달리고 싶은 자기 안에 가엾은 젊은 여자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까미유 내면에 존재하는 삼위일체를 담고자 했다고 말입니다. 






<Persee et la gorgone>,1902/ Musee Camille Claudel





로댕과의 결별 후 홀로서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나이에 비해 훨씬 늙고 살찐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고통 속에서 현실을 탈이 하고자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에 반영합니다.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버린 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와 고르곤을 조각한 모형에 까미유의 형상을  넣는 방법으로 말이죠.  이렇듯 그녀는 스스로를 한 남자 영웅에 의해 자신의 무한한 힘과 숨통이 끊긴 괴물 즉, '고르곤'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그녀에게 준 재능을 모두 그녀의 불행을 위해 쓰였다.
- 남동생 폴-








1906년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작품들을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우울증과 로댕에 대한 피해의식 및 정신 착각 증세로 고통을 겪습니다. 그녀는 점점 더 심해지는 피해망상증과 편집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실패와 불공정함에 대한 쓰라린 감정을 온통 로댕에게 돌렸습니다. 로댕이 자신의 아이 들어를 훔친 것도 부족해 자신을 죽일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작업실에 틀어박힌 채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작품 활동도 못하고 빈곤과 알코올 중독, 그리고 스폰서의 권유로 하게 된 마지막 전시도 완전히 실패하면서 그녀는 낯선 사람이 되어갑니다. 반면 로댕의 작품들은 파격적이고 변형적이라는 극찬과 더불어 대단한 호응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둡니다.





가족들 모두 외교관이 된 동생 폴을 따라 중국으로 가게 되고 가족들 없이 혼자 남겨진 까미유의 병은 더 깊어지게 됩니다. 1913년 평생 후원자 역할을 해 온 아버지까지 죽게 되자 엄마와 남동생은 그렇게도 집에 가서 함께 살고 싶다는 까미유를 정신병원에 넣게 됩니다. 그녀 나이 49살이었습니다.






 1914년 아비뇽의 몽크베트게 병원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이후 30년 동안 아무런 작품 활동도 하지 못한 채 79세의 나이로 쓸쓸히 사망합니다. 당시 가족도 없던 그녀는 공동 매장되어 현재 무덤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미술사학자 클로딘 미셸은 말합니다. 최고의 제자가 뛰어넘으려 한 것이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입니다. 로댕을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허용되던 에로스의 지성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표현하려 했던 여성 조각가가 '카미유 클로델'. 그녀가 만난 것은 바로 19세기라는 시대의 벽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천재성을 '로댕'의 영향 아래에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일부 비평가들로 심해졌고요. 이로 인한 그녀의 정신적 불안은 가족에 의해 더 부풀려졌다는 점입니다.





미술사학자 클로딘 미셸은 말합니다. 최고의 제자가 뛰어넘으려 한 것이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입니다. 로댕을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허용되던 에로스의 지성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표현하려 했던 여성 조각가가 '카미유 클로델'. 그녀가 만난 것은 바로 19세기라는 시대의 벽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천재성을 '로댕'의 영향 아래에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일부 비평가들로 심해졌고요. 이로 인한 그녀의 정신적 불안은 가족에 의해 더 부풀려졌다는 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cC0mEcYMQ






 


동시대를 살았던 세라핀 루이스와 카미유 클로델의 다른 듯, 닮은 그녀들의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번득이는 영감을 먹고사는 것이 넓은 의미의 창작자들입니다. 세라핀을 찾아낸 빌헬름 우데(Wilhelm Uhde 1874-1947) 같은  책임감 있고, 눈 밝은 이들이 많아 지길요.  비너스가 큐피드의 화살통을 훔치려 하고 , 큐피드가 비너스의 왕관을 훔치려 하는 남녀 간의 사랑을 전제로 한 기만은 줄어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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