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 - 나를 깨우는 행복
⑤ 행복은 준비된 마음에 깃든다
그날 오후, 나는 카페 창가에 앉아 있었다.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고, 사람들은 우산을 쓰거나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하며 지나간다. 누군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빗물을 피하고, 누군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걷고 있다. 똑같은 비였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방해였고, 어떤 이에게는 선물이었다.
행복은 가끔 그렇게 찾아오는 듯 싶다.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고, 잠시 머물다 떠난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반가운 얼굴, 퇴근길 하늘에 펼쳐진 노을. 우리는 그 순간들을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늘 “조금만(more) 있다가 가면 안 될까?” 하고 아쉬워한다.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하지만, 행복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왜 행복은 오래 머물지 않는 걸까? 나는 오랫동안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더 좋은 직장을 가지면, 더 많은 돈을 벌면, 더 멋진 사람을 만나면 행복이 계속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았다. 다음 승진, 다음 여행, 다음 주말...... 행복은 늘 ‘다음’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행복이 머물지 않는 건 행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에 행복이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날, 나는 기뻤다. 그런데 그 기쁨은 단 몇 시간밖에 가지 않았다. 곧 다른 생각들이 밀려왔다. ‘다음엔 더 잘해야 하는데,’ ‘저 동료는 나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되는데.’ 불안과 비교, 더 큰 욕심이 행복을 밀어냈다. 내 마음속은 이미 다음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행복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SNS를 열었다. 다른 친구들의 화려한 모임 사진이 보였다. 순간 아까의 기쁨이 시들해졌다. ‘나만 이런 소소한 만남을 하는 건가?’ 비교가 시작되면서, 내가 느꼈던 지난 행복에 대한 불안과 어느새 행복은 초라한 나의 삶에 대한불만으로 바뀌어 있었다.
행복은 결국 마음의 공간이 비워진 사람에게만 들어올 수 있다. 불안과 욕심, 비교와 후회로 가득 찬 마음에는 행복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마치 물건으로 가득 찬 방에 새 가구를 들일 수 없는 것처럼, 잡념으로 가득 찬 마음에는 행복이 머물 공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연습 중이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 누운 채 5분간 그저 숨을 쉰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물론 쉽지 않다. 오늘 할 일, 어제의 실수, 내일의 걱정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들숨, 날숨. 그저 지금 이 순간 편안한 나의 숨소리만을 느낀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한다. 예전엔 습관처럼 뉴스를 확인하고, SNS를 들여다봤다. 그러면 머리가 온갖 정보와 비교로 가득 찬다. 이제는 그냥 창밖을 본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옆 사람의 얼굴을, 내 발끝을 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실천이 마음에 여백과 내 삶에 대한 작은 만족, 그리고 살아 있다는 삶의 의미를 만들어준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말보다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 더 진실한 것 같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건 결국 미래를 향한 욕망이다. 하지만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를 채 펴기도 전에 어김없이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긴다. 계획은 틀어지고, 사람들은 나를, 나는 또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그 속에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이미 행복의 문을 열어둔 사람이다.
행복은 완벽한 상황에서 오는 게 아니다. 모든 게 잘 풀릴 때만 행복한 거라면, 우리는 평생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행복은 오히려 마음이 평화로울 때 피어나는 감정이다. 상황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똑같은 하루라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날의 풍경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누군가에게는 지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다. 비 오는 날이 누군가에게는 우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낭만이다. 하늘의 빛깔이 다르고, 사람의 말이 다르고, 세상의 소음마저 다정하게 들린다.
어제 퇴근길, 버스 안에서 한 학생이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했다. 할머니는 “괜찮아요!” 하셨지만, 학생은 웃으며 “저 곧 내려요!”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앉으시자 학생은 손잡이를 잡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행복은 그렇게 작은 순간에 숨어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친절, 오후의 햇살, 따뜻한 차 한 잔. 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가 너무 바빠서, 너무 복잡해서, 너무 많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걸 못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을 다스려 본다. 불안이 찾아와도, 조급함이 밀려와도, 그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지금 이 순간도 괜찮아. 나는 충분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행복은 결국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에 깃든다. 부족함도, 불완전함도, 그대로 안아주는 것. 그것이 행복을 맞이하는 준비다.
▶ 행복에 대한 단상
행복은 기다림의 끝에서 오는 게 아니라,
준비된 마음의 고요 속에서 피어난다.
▶ 생각해야 할 명언
“행복은 우연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것은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 아브라함 링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