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인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구조된 아이들의 일부가 파보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파가 매우 빠르고 치사율이 90퍼센트에 달하는 질병이다. 보호소는 감염된 아이들을 격리해 치료를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물품을 함께 써야 하는 환경이라 확산 위험이 크다. 파보바이러스는 개의 분변이나 타액으로 퍼진다. 생후 6주에서 8주 사이에 여러 차례 예방접종을 해야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시기를 놓친 유기견이나 들개들에게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어서 수액과 영양 보충으로 버텨야 한다. 회복 후에도 한동안 전염력이 남는다. 어렵게 살아남은 아이들은 다시 죽음과의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구조단체는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얼마 안 되는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희박한 희망을 품는다.
케이지 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조심스레 걸어와 몸을 맡기는, 포메라니안을 닮은 아이의 몸짓을 본다. 지친 몸으로 치료를 받는, 보호소를 벗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아이. 사람이라면 그 서러움을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진료를 위해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 잠시나마 사람의 품에 안겨 온기를 느낀다. 삶이 가여운 생명에게 이토록 배려 없고 잔인하다는 것이 저릿하게 다가온다. 아이의 따스한 살갗의 온기가 식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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