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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n 28. 2024

3월 중순의 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책을 세어 보니 열여섯 권. 둘러보면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들이 구석구석에 더 있다. 구매해서 책장을 열지도 않은 책이 숨죽여 작은 서재에 살고 있다. 한 번 읽었던 책이라도 몇 번을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있어 그런 책도 내 가까이 쌓아져 있다.


손이 갈 때마다 읽고 덮어두기를 반복한다. 어떤 책은 e-book으로 이미 읽었다. 마음이 끌리는 책은 결국 종이책으로 다시 구매를 하게 되더라. 그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책상에 올려두는 책이 점점 늘어간다. 오늘도 새로 들인 시집 두 권이 자리를 잡았다. 산만한 감정의 혼란이 책으로 점철된다. 짐처럼 쌓여 가는 책은 나의 욕심이자 노력의 결과물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삶에 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산다. 오랜 시간 아름답기 위해 애썼고 행복하기 위해 웃었다. 쌓여가는 책만큼 가슴속에 복잡한 감정이 묵직해지고 케케묵어 나의 감정인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때까지.


돌보지 못했던 감정은 아무리 가지런히 정돈을 해도 종국에는 뒤섞여 나를 혼돈스럽게 하는 내면의 쓰레기가 된다. 쿰쿰한 냄새가 새어 나오기 시작할 때쯤 나는 비로소 내보내야 하는 모든 감정을 미련하게 몸이 부서져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과 평안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내가 아니라 용기인 것을.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 겨우 지금에 뼈아프게 나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뉘우치며 오늘 책 정리를 한다. 어느새 먼지가 과자 부스러기처럼 앉은 책을 닦아내면서 쌓아둔지 한참 되었구나... 의미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주책없이 눈이 젖는다.


3월, 그날의 내가 낯설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흘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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