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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Apr 22. 2024

행복

우리 인생의 행복에 가장 우선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것은 바로 우리 그 자체인 인격이다. 인격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번째 자산인 인격은 운명에 묶여 있지도 않고, 우리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수도 없다. 그것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으로 우리가 보통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인간이 외부의 영향을 받는 것은 훨씬 적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 메이트북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을 머리맡에 두고 매일 한두 페이지씩 그의 행복론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은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내게 행복을 찾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불행의 모습은 개개인마다 달라서 비교할 수 없지만 나는 현재 불행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완전히 불행하지 않은 것은 매일 내 안에 잔존하는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웃고 하루에 한 번은 좋은 생각을 하고 하루 한 끼는 반드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다. 누군가가 나를 놓아두는 자리가 아닌,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삶을 영위해 가려고 노력한다.


나는 내 자율적인 자질과 성격에 내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것으로 일상이 만족스럽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란다. 행복하다 말하지 않아도 행복이 묻어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스스로는 마음에 불안이 없고 파도가 없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요동치는 바다에서 작은 돛단배가 뒤집히지 않을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안엔 불안이 가득하고 내가 느끼는 불안은 외부의 충격을 지혜롭게 흡수하지 못한 내 인격의 부족함에서 시작된 감정이다. 결국 지금의 불행한 시기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덫과 같다. 벗어나는 것도 내게 달려있다.


다행히도 천성이 낙천적이라 불행에 길들여지는 성격은 아니다. 불행한 때에도 결코 불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완전히 불행해지지 않는 사람이 나인 듯하다. 어차피 행과 불행을 저울질하며 버티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면 사실 잠시 불행을 느낀다는 것이 그다지 심각한 일은 아니지만 쓸쓸한 일이다. 어떤 때는 견디기 힘든 고독과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 생각하면 끝에 다다를 때까지만 시간에 기대어 가면 된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행복은 스스로 알아서 찾아오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없다. 나는 매일 한 걸음씩 내 마음의 불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삶조차 언제나 불행하지만은 않다. 봄이 오는 꽃향기를 맡고 싱그러운 녹음에 쌓여 서서히 다가오는 여름을 느끼고 이른 새벽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순간들 모두 행복이다. 자주 가는 카페로부터 5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들렀다. 일부러 가끔 들르는 곳인데 그곳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간다. 부드러운 베이지색의 얼룩무늬 털을 가진 고양이인데 개냥이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친근한 녀석이다. 고양이는 내가 편의점을 가면 가장 먼저 제 입에 츄루를 넣어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도 정신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도 그렇게 작은 행복을 1점 했다.


행복이란

고양이 입에 넣어주는 츄르

비오는 날의 오솔길 그리고 사랑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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