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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01. 2024

나눔

지금의 나는 어제까지의 나와 다르다. 나의 심장에는 불타지 않지만 고요한 함성이 있다. 아침에 나조차 돌아보지 않는 오늘의 시작을 돌아봐 주는 사람이 있었다. 나를 돌아봐주는 그 마음은 진실한 친절함이었다. 가슴을 적시는 절대로 누군가를 황량하게 두지 않을 것 같은 공감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보듬은 나는 심장에 꺼지지 않을 불꽃을 심었다.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죽고 싶은 친구가 있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오픈했을 독립서점은 책손님을 기다리는 곳인지 그녀가 갇혀있기 위한 곳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이 그녀의 희망인 것은 틀림없다. 죽음의 말들을 뱉어내는 그녀를 보면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마음밖으로 어둠에 젖은 말들을 토해냈으니 적어도 그녀는 오늘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가득 쥐어졌을지 모를 흰색의 위험한 알약들이 오늘 밤에도 손가락사이로 흘러내리게 하기를 내 영혼을 다스리는 존재(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신)에 가슴으로 기도한다.


나를 돌보아 주었던 사람의 마음을 나도 그녀에게 나눠주고 싶다. 누군가의 불행과 처절함을 알게 되면 외면하지 못한다. 내가 보는 파란 하늘이, 밤하늘을 수놓는 가슴 뛰는 우주의 흔적이 그녀에게는, 누군가에는 모두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혼자 행복할 수 있을까. 오늘 그녀를 위해 짧은 글을 썼다.


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가 마시던 커피잔,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516페이지의 책, 메모를 끄적대던 몽당연필... 그대가 지배했고 그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사소한 증거들. 그대는 거기에 있고 살아 있다. 축하한다. 그대의 생존을.


손바닥만 한 마음이라도 나누어 그 깜깜함을 잠시라도 가려주었다면 좋겠다. 오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 선한 에너지가 나를 통해 또 다른 사람에게 릴레이 될 것이다. 그 에너지는 누군가에게는 소금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바닷바람이 되어 하루의 맛을 북돋아 줄 거라고 믿는다.


... 함께 해서 더 커지는 행복은 손안에서 쉽게 놀리지만 갖지 못했을 때 애가 타고 좌절하는 어린아이의 장난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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