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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즈민 Jun 26. 2024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글이 주는 힘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에 대해 묻는다면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고 글 쓰는 자체를 귀찮아한다. 우선 무엇을 쓸지가 고민이 되고 이런 내용까지 써야 하나? 그렇다면 어디까지 나를 들어내야 하나? 판단도 안 생긴다. 생각은 많아지고 복잡해져서 그 일을 하려는 자체가 한마디로 막노동(노가다) 같아 싫다.


 일 때문에 글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그것도 몰았다가 마감 시간에 맞추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써서 낸다. 그러고는 항상 후회한다. 글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을 말 대신 전달하는 매체인데 이렇게 두서없이 막 써 버리다니······.

무엇보다도 내 생각이 문자로 표기되어 읽는 이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고 혹여 발생한 실수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녹음이라는 기능을 활용해 증거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말은 하다 보면 간단한 실수 정도는 그냥 흘러 듣기도 하고 듣는 이 또한 자신과 직접 연관된 내용이 아니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굳이 글을 쓰기보다 말로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 내용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나는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면 “귀찮아!”로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예전에 나였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지게 된 사연은 어느 날 인간관계로 너무 화가 나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말로는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에 아무 생각 없이 책의 면지에 그때 기분과 감정, 하고 싶은 말들을 적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다.


 우연히 책장을 넘기다 그 글을 보게 되었다. 잊었던 기억이 회상되면서 “그때 너는 많이 힘들었구나!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어쩜 하찮을 수 있는 일에 네가 많이 속상했구나! “  ”지금까지 잘 견디고 잘 살아왔네. 대단하다. “ 나도 모르게 그 터져 나오는 작은 목소리가 너무 위로가 되었다. 그 후 쉽게 내뱉는 말보다 천천히 한자 한자 적으며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나에겐 큰 의미가 되었다.


 나를 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그러한 나의 부족함이나 흠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는 위로받는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어떤 날은 글이 너무 쓰고 싶은 날도 있다. 정말 웃긴 상황이지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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