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일어난 우리 삶의 이야기는 레드카펫이 되고, 느낀 감정들은 주인공이 되어 레드카펫 위를 걷는다. 함께 모인 이들은 주인공들의 열성 팬이 되어 그의 감정을 세심하게 어루만져 주기도 하지만, 때론 냉철한 기자처럼 주인공들의 난해한 감정들을 깔끔하게 정돈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바통을 이어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모두의 글방'에서 다 쏟아낸다.
그날, 빠지지 않는 것이 또 있는데 그건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준비된 음식들이다. 어찌나 정성스럽고 신박한 음식들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만, 맛도 있어 먹는 내내 행복바이러스가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모두의 글방'은 만족이 안되나 보다.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릴만한 꽃으로 식탁 한편을 장식해 놓았고, 기다렸다는 듯 인원수에 맞춰 테이블 세팅까지 화려하고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다.
'모두의 글방'에서는 이렇듯 우리만의 파티가 오후까지 이어진다. 파티에 빠져 즐기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는 감사의 제목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누가 나를 위해 이런 장소를 만들어 줄까부터, 긴 시간을 비워 쏟아내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준다는 것, 또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오감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울컥울컥 하는 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니 이곳이 나에게 있어 작은 천국이자 행복한 파티장이 아니겠는가!
'모두의 글방'에 가기 시작하면서 힐링이 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래서 점점 이곳이 좋아지고 자꾸 가고 싶어졌다. 처음엔 글을 쓰려는 목적으로 갔던 터라 현실적으로 글 쓰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 '어, 뭐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가다 보니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나의 감정들이 정리되어 갔고 거기서 나를 보게 되며 나를 찾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무엇을 써야 할지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먹고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난, 글 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글을 쓰면서 마음도 한층 차분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도 하나, 둘 정리되는 듯싶어 참으로 감사하다. 나도 한 땐 교회 청년부에서 편집장까지 하며 글 쓰는 것에 꿈을 키운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후. 그 길은 내 길이 아닌 듯 다른 모양의 삶이 내 앞에 펼쳐졌고, 난 그 삶만을 인정하 듯 그렇게 '글 쓰는 꿈'이란 건 잊고 살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23년 6월의 끝자락에 '모두의 글방'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고 여러 번의 권유로 고민하고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곳에서 내 안 저~ 밑바닥에 구겨져 있던 옛 꿈을 조심스레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파티는 시작되었다.
파티장에 레드카펫까지는 조심스레 깔아 놓았고, 앞으로 어깨 좀 펴고 당당히 걸어가 볼까 하는데, 그렇게 걷다 보면 날 위한 조명도 켜지고 , 그 조명 아래서 환히 웃고 있을 나의 그 어떤 날도 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어렵게 다시 편 꿈이니 이제는 구겨버리지 말자. 시간이 걸려도 '모두의 글방'에서는 행복한 파티가 계속될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