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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빠뇽금영 Oct 27. 2023

다시 50세가 된 날.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

2023년도는 본의 아니게 50세의 생일을 두 번 축하받게 된 해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왜? 50세의 생일을 두 번 맞이하게 되었는지 다 알 것이다. 윤석열대통령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유로 만 나이를 적용받아 얼마 전 만 해도 앞자리가 40으로 바뀌어 좋았는데, 이제는 누구 시대든 상관없다. 한 살을 더 먹어 이제부터는 무조건 50대의 중년이다.


그렇게 난, 50번째의 생일을 맞이했다.

올해 남편의 생일 때는 아들이 근사한 식당을 예약해 편하게 밖에서 저녁만찬을 즐겼었다. 그러나 내 생일에는 그러질 못했다. 이유인 즉, 아들이 42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마치고 생일 전 날 도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들과 남편은 어디라도 가 밖에서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난, 시차극복도 해야 하고 그동안 많은 시간을 걸어 피곤했을 아들을 위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저 무사히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했기에 서운함이 진짜 1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오후 3시가 돼서야 "이제 막 일어났어" 하며 연락을 해 왔다. 우린 그때까지 아들과 함께 식사할 욕심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였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 남편은 연락이 오기 전에 자꾸 먼저 전화해 보자고 했었지만, 나는 뭐랄까! 힘들었을 아들의 여독이 충분히 풀릴 수 있도록 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남편도 아들에 대한 생각은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날이 날이니만큼 내 눈치를 좀 봤던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남편과 나는 아들을 생각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쫄쫄 굶고 있었다.


그렇게 아들의 연락을 받고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사부작사부작 움직이며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요리라는 것이 온도가 중요하기에 먹기 직전에 할 것이 많다. 그래서 아침부터 밑 준비를 한건 일도 아니게 삶고, 볶고, 무치고, 등줄기에 땀이 또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정신없이 음식을 완성해 갔다. 매인요리는 얼마 전

'모두의 글방'에서 선생님이 해주신 전복과 배를 이용한 샐러드요리이다. 마침 집에 새우가 많아 난, 전복대신 새우로 대체를 해보았다. 매콤하게 구운 새우와 가늘게 채친 배 그리고 비트를 비롯한 여러 체소들이  오리엔탈 소스와 함께하니 새콤달콤 고소함이 아주 환상적이다. 배의 단맛과 야채 씹는 식감도 한 몫한다. 이런 조합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왔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 맛을 보고 나니 한 번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더 말하자면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발효빵에 얹어 먹어도 궁합이 잘 맞는다.     



그렇게,  

내 생일상을 

내 손으로 차렸다. 

  


아들도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하는 생일파티라 그런지 내 생일상을 내가 차리는 건데도 힘든 줄 모르고 준비했다. 아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이태리로 건너가 며칠간 여행을 하며 엄마를 위해 사 왔다는 샴페인도 터트려 주었다. 그동안 맛보았던 샴페인은 샴페인이 아니었다. 이건 꽃향기도 나고, 과일향도 나면서 톡 쏘는 스파클링이 가볍지 않아 바디감이 고급스러움으로 입안에 가득했다. 자꾸 홀짝, 홀짝 거리게 만드는 요 녀석 때문에 얼굴도 서서히 달아올랐다. 

    

  

우리는 이야기와 더불어 긴 식사시간을 가졌다. 비록 케이크가 준비되지 않았어도, 힘겹지만 내가 내 생일상을 차렸어도, 함께하는 이 시간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들이 경험했던 많은 일들이 너무 신기했고, 그에게 흐르는 하나님의 축복에 그저 감사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그 말. 

참 많이 듣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구였는데, 이번 아들의 여행 속 이야기를 들으며 그 말의 진실이 가슴에 더 다가왔다. 아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시도를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일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체험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에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패를 할까 봐, 상처를 입을까 봐, 회복하기 어려울까 봐, 많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생각에 그치고 만 말 때가 많았었다. 그런데 함께하는 식사 시간 때 아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기적과도 같은 일들을 우리가 아들에게도 들려주는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싶어 아쉬움도 생기고, 언젠가는 꼭 그러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 그럴 거면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지! )


다시 50세가 된 날. 

2살이 젊어졌다. 2년이란 시간을 거저 얻었으니 2년만큼 젊게 움직여 보자. 비록, 아들처럼 큰 용기는 내지 못하더라도 지금 나이에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용기라도  다시 한번 내어 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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