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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빠뇽금영 Dec 22. 2023

한옥에서 '스페인을- 입다'

                         ( 문화의 대이동 )

2023년 11월 11일

몹시도 추웠던 그날, 지인의 초대로 한국의 멋을 자랑하는 전통 한옥에서 한국의 춤이 아닌 열정과 정열이 숨 쉬는 스페인의 전통 춤 "플라멩코"를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난, 플라멩코를 그저 화려한 옷을 입고 열정적으로 추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춤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단지 춤뿐만이 아닌 악기(기타, 캐스터네츠)를 사용해 연주가 가미되고 거기에 발소리와 박수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까지가 춤의 일부로 사용된다는 것과 진짜 중요한 것은 노래가 더해져야 비로소 완전한 플라멩코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이 날의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게다가 댄서들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 너무도 강렬해 그들의 감정에 푹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날 공연을 준비했던 사람들은 스페인의 본토 사람들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물론 스페인에서 온 유명한 댄서도 있었지만 태국에서도 건너온 댄서들과 우리나라의 지방에서 올라오신 댄서들이 주를 이루었다.

더 놀라운 것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을 비롯해 환갑을 넘기신 중년의 여성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었다. 그렇게도 추운 날, 먼 곳을 달려와 저렇게 춤을 출 수 있는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를 생각하니 플라멩코를 왜 열정과 정열이란 단어로 표현하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이 날의 날씨는 정말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작품들을 다 선보이고 인사하는 저들을 보며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에 작은 울림이 생겼다. 비싼 돈을 내고 체험이라는 것을 하러 갔는데 춥다는 이유와 어색하다는 이유로 핑계 삼아 새로움을 거부하는 나 자신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맞이하는 이야기가 있는 식사시간도 흥미로웠다.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의 이유와 사연들을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하고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즐겨 먹는 음식들도 경험하니 스페인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서 묘한 긴장감이 내 가슴에 스며왔다.   

오늘은 아직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약간은 슬프기도 하고 또 새로이 맞이하는 경험에 설렘이 있다는 나 자신에게 신기하기도 한 날이었다. 지인의 배려로 가게 되었던 한옥에서의 '스페인을 입다'는 평생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어 줄 친구가 되었다.


그래서... 꿈을 하나 품어본다.

스페인.. 꼭 한번 가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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