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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K모닝 Nov 29. 2023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떠올리는 단어는 '성실' , '범생' , '소심' , '다큐' 등이었다.  


그렇다고 일탈을 전혀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몇 번을 시도해 봤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처음으로 땡땡이친 날, 나는 선생님께 붙잡혔다. 

방학식날, 학기 마지막 날이니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교문을 나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촌스럽던 양갈래 댕기머리를 풀었더랬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선도부 선배, 내 이름과 반을 적어갔다.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개학 후 나는 그동안 곱게 길렀던 머리를 귀밑 3센티 단발로 잘라야 했다. 

졸업학년 수학여행을 갔을 때, 마지막 짐정리하는 날 방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점심을 먹는 대신 방에서 더 놀기로 결정했었다.  우리는 신나게 수다를 떨며 놀고 있었는데, 반장 친구가 숨을 헐떡이며 우리를 찾으러 왔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10층에 있던 우리 방까지 걸어서 온 것이다. 아마 식사를 한 후 인원점검을 하고 바로 떠나는 일정이었나 보다.  깜짝 놀라 1층으로 달려 내려가니 전교생이 우리 때문에 출발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민폐형 대형사고였다.   전교생의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선생님의 놀림을 묵묵히 감당해야 했다.   "너네들 유명해졌어, 오늘 일기장에 써야겠다." 

이것이 나의 학창 시절 마지막 일탈이었다.  시도하는 것마다 실패하니 곧 흥미를 잃게 되었다.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특별히 인기가 많은 학생도, 이쁘거나, 우월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공부, 음악, 글짓기 등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전반적으로 잘하는 편에 속하긴 했지만, 월등한 아이는 아니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기에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택지였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이런 성향은 계속 이어진다.   

성과를 내야 하는 사회에서는 나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부단히 도 성실하게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에게 '성실하다'라고 이야기할 때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내가 가진 '성실'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했더랬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성실은 모든 일에 기본이라는 것, 성실도 재능이라는 것을




성실한 사람들의 특징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한다. 

성실한 사람들은 도전적인 상황을 기회로 인식하고 즐길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더 긍정적이고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자기 조절학습능력을 보인다. 

성실한 사람들은 자신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관리하고 조절하는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피드백을 받아서 학습 방법이나 전략을 변경한다.


회복탄력성이 우수하다. 

성실한 사람들은 외부 압력이나 스트레스에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범위나 크기가 작고 신속하게 시련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능력이 우수하다.


출처 : 성실성과 자기 효능감이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scienceon.kisti.re.kr



연구에 따르면, *성실함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도전적인 학습 태도에 영향이 있고, 직장 분야에서는 직무만족도와 **도전적인 업무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 성실 :  개인의 성격 특성 중 하나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규칙을 준수하는 경향

   ** 도전 행동 :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시험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해 어려운 과제나 상황에 직면하는 행동 


이 논문으로 의식 없이 행해 온 나의 행동 양식이 객관적으로 설명이 되는 듯했다.   


공부를 꽤나 잘했던 중학교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반대하는 실업계고등학교 진학을 선언했던 일, 

고등학교 졸업 후 근무했던 금융회사를 대학 진학을 위해 퇴사했던 것,  

대학교 재학 당시 흔하지 않았던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감행했던 것,   

공기업 근무 당시 대학원 석사학위에 도전했던 것,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지방 근무를 자청했던 것,  

영국 이민을 택했던 것,  

영어도 못하면서 학교 봉사활동에 무작정 참여했던 것,  

로컬 오케스트라 입단을 위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것, 

글을 쓰기로 작정한 것.   


지금 생각해 보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위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성실이었다.  



언젠가 지인에게 마흔이 넘으면 뭔가를 접고 정리해야 할 시기인데 아직도 학생같이 자꾸 뭔가를 벌이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가끔은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 이러저러한 남들의 평가를 듣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스무 살 때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보다 나를 더 잘 알리 없는 타인으로 인해 내 삶이 좌지우지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나다. 

틀에 박힌 듯한 답답한 면은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성실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시작은 미비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말씀처럼.. 나의 시작은 항상 미비했다.  

미비한 시작이 변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내 인생의 마중물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  

지겹도록 그대로 인 내 삶 같지만,  매일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주부로서 살림실력도, 아주 미비하지만 영어실력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 

인생 2막을 위한 나라는 사람을 여러 방면으로 연구 중이다.  

나는 내세울 것 없지만, 잘하는 것은 없지만,  “성실합니다”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처음 마음을 지키려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남과 비교하지 않고, 환경에 절망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는 것,  

나를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과거의 나는 내가 가진  '성실'을 부끄러워했다면, 이제 나는 성실한 내가 사랑스럽다.   


오늘도 나답게,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감사함을 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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