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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NL 사람들 Dec 07. 2023

이방인이 타지에서 홀로 서는 법

정치외교학부 코바야시 아오이

에디터 : 박희선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이다. 돈을 모아 해외여행 한 번쯤 가는 게 당연지사가 된 데에는 판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는 대중적인 갈망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여행 간 국가에 살게 된다면 어떨까? 새로운 환경이 주는 설렘도 잠시, 이방인으로서 적응해야 하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 나고 자란 나라 외의 곳을 거점으로 삼는다는 건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나 여기 놀라울 만큼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든 외국인이 있다. 그의 이름은 코바야시 아오이, 일본인이다. LnL에 거주하는 1학기 유일한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그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미소로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알차게 즐기고 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현재를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행복한 시기라 표현하는 그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사람마다 각자 인생이 있잖아요. 그 각각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고할 만한 점도 있고, 그걸 바탕으로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기회도 되고요. 대화를 통해 힐링받기도 하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본에서 온 코바야시 아오이라고 하고, 정치외교학부 23학번입니다. 3A반에서 활동하고 있고, 일본에서 요코하마에 있는 국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먼저 한국에 관심을 가진 건 저희 어머니였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저랑 한국에 여행을 왔는데, 그 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셔서 특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셨어요. 옆에서 저도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랑 같이 한국에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고, 음악이나 문화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러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가 뭔가요?

   저는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가 진짜 많은데, 100개 정도 보고 본 드라마 리스트 저장도 다 해놨어요. 로맨스랑 감동적인 걸 좋아해서 ‘사랑의 불시착’이랑 ‘도깨비’ 좋아해요. 특히 사랑의 불시착은 제가 코로나 직전에 한국에 왔을 때 식당 직원분들이 추천해 주신 거거든요. 그래서 일본에 돌아가서 바로 봤는데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었고, 일본에서 보는 북한은 좀 안 좋은 이미지였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은 이미지랑 달라서 그런 걸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렇군요. 얘기하며 느끼는 거지만 한국어를 정말 잘하시는데,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2년 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었을 때 한국 드라마도 보고 한국 음악도 들으면서 한국어를 더 알아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공부한 지 2년밖에 안 되셨는데 이렇게까지 한국어를 구사하시는 게 정말 대단하세요. 그리고 타지에 와서 살고 계신데, 적응하는 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1학기에는 과제나 시험처럼 눈앞에 있는 걸 하다 보니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여름방학이 돼서 생각해 보니까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완전 다른 게 힘들었어요. 가족도 없고, 만나는 친구도 새로운 친구고, 언어도 모국어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문화도 음식 문화 같은 건 일본과 비슷하긴 한데, 그래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니까 거기에 적응하는 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빨리빨리 문화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행정적인 서류가 빨리 나오는 건 너무 좋은데, 버스의 경우에는 기사님이 정류장에 오래 멈추지 않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빠르게 타고 내리고 하잖아요. 그런 것도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그리고 제가 아직 일본에서 술을 못 마시는 나이니까 마셔본 적도 없는데, MT 가면 다들 술을 마시고 언어도 다른데 술게임도 해야 하고 그랬죠. 재미있기는 했는데 적응하는 건 조금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됐고요.


그랬군요. 적응이 힘드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제가 보는 아오이 님은 LnL에도 충분히 잘 녹아드셨고 친구들도 많으신 것 같아요. 어떻게 외국인임에도 한국에서 이렇게 잘 적응하셨나요?

   1학기 때는 제가 한국어를 진짜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에도 스스로 언어적 제약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제가 바뀌게 된 계기가 있는데, 여름방학에 봉사활동도 하고, 유학생 활동도 하고, 학과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다 보니 한국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주변에 한국 사람밖에 없으니까 어떻게든 한국어를 해야 했는데, 제 한국어가 부족하니까 약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한국 사람들이랑 계속 얘기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외국인이면 뭐 어때,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되잖아!’라고 생각하면서 한국 사람들과 많이 얘기하다 보니 점차 실력이 늘었고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는데, 그게 한국에 적응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한국어를 잘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내 한국어 실력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으니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사람들이랑 만나는 게 좋았어요. 특히 서울대학교는 지식도 경험도 많은 사람들이 오는 학교니까, 친구랑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재밌는 드라마 얘기도 좋지만, 정치나 법, 그리고 수업 내용에 관한 얘기처럼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름방학에 한 봉사활동에서 다른 학과 선배들이랑도 많이 만났는데, 공부, 학교 생활, 인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교류한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는 게 적응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면에서 좋으세요?

   사람마다 각자 인생이 있잖아요. 그 각각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고할 만한 점도 있고, 그걸 바탕으로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는 기회도 되고요. 대화를 통해 힐링받기도 하죠.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사람들과 대화하면 한국어도 더 사용하게 되는데, 언어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실력이 느니까요.


그렇다면 한국에 와서 얘기해 본 사람 중 ‘이 사람과의 대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하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특히 서울대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한 명을 고를 수가 없는데, 그래도 룸메인 사라 언니랑 많은 대화를 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라 언니는 한 번 사회에 나갔다가 다시 대학교에 왔어요. 그래서 언니의 인생 얘기도 듣고 언니가 갖고 있는 지식에 관한 얘기도 들으면서, ‘나도 이렇게 지식이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그렇군요. 현재 학교 생활에는 만족하시나요?

   네. 되게 강하게 만족하고 있어요. 시험이랑 과제 때문에 조금 미치겠는 걸 빼면요. (웃음) 근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 것 같더라고요.


어떤 면에서 만족하세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시기이고, 그러면서 한국어 실력도 기를 수 있는 곳이라서 이 대학교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LnL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어요. 919동이나 글로벌동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룸메 하고만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은데, LnL은 반 개념이 있어서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고 야식도 같이 먹잖아요. 아까 말했듯 제가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LnL 같은 반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일본어, 일본 문화 배우기’ 학생자율세미나* 개설책임학생인데, 같은 세미나에 몽골에서 온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얘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고요. 1학기 때 들은 관악모둠강좌**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어요.


LnL을 매우 알차게 활용하시는군요. 관악모둠강좌에서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일단 한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니까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도 열심히 들으려고 했는데, 그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특히 3월 말에 오셨던 일본 아키타 국제교양대학교 총장님을 뵌 게 마음에 남았어요. 원래 제가 서울대학교에 오지 못했다면 그 대학교에 가고 싶었어서, 그런 대학교의 총장님과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러면 어떻게 한국 대학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우선 저는 해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미국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일본이랑 문화도 너무 다르고 안전 면에서도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첫 해외 생활로 미국은 조금 어렵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은 문화도 비슷하고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제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그러면 한국에서 먼저 대학 생활을 하고 그걸 토대로 다른 나라에 가든 한국에서 취직하든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 대학에 왔어요.


정치외교학부는 어떻게 선택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외교 쪽, 특히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 매우 많지만, 뉴스를 보면 일본은 이런 걸 했고 한국은 이런 걸 했고 하면서 서로 관계가 안 좋은 게 아쉬웠어요. 물론 역사적으로 일본이 한 일은 사실이지만 저는 그래도 더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를 위해 한국어도 배우고 있고 한국에 관심이 있는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정치외교학부를 선택했어요. 일본에는 정치와 외교를 그렇게까지 깊게 배우는 학부가 없거든요. 그리고 일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정치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까요.


왜 그런 건가요?

   정치와 종교 얘기는 가족끼리라도 아예 얘기하면 안 되는 분위기가 강하게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 어머니랑 아버지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는지 몰라요. 물어본 적도 없고, 물어보면 안 되는 분위기예요. 이런 암묵적인 룰이 일본에 너무 많은 것도 저는 싫었어요. 그래서 약간 일본에서 도망쳐온 것도 있어요.


일본의 조금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싫으셨군요.

   맞아요. 물론 한국도 미국이랑 비교하면 아직 보수적인 느낌이 있지만, 일본은 진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야지’ 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해요.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다 같은 걸 하잖아요. 개성이 없어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직도 종이에 도장 찍고 그렇죠.


그럼 한국에 와서 이전보다 자유롭다고 느끼시나요?

   네. 일단 제가 지금 혼자 살고 있으니까, 부모님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느껴요. 물론 저희 부모님은 너무 좋으시고, 저랑 사이도 좋고, 저도 그분들을 사랑하지만, 지켜야 하는 게 많았어요. 몇 시에 집에 와야 하고, 이건 하면 안 되고,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아팠어서, 신체적으로도 못 하게 하시는 게 많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제가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면 되니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힘든 시기예요. 제가 하고픈 걸 할 수 있다는 건, 제가 해야 하는 것도 많아졌다는 의미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자유와 책임은 한 쌍으로 붙어 있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요즘 그걸 진짜 체감하고 있어요. 기숙사에 살아서 그게(자유에 책임이 동반한다는 게)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기숙사에 살면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로 시켜서 뭐든 다 먹을 수 있잖아요. 야채가 싫으면 안 먹어도 되고. 그런데 반대로 배달을 시킨 후에 치우고 그릇을 씻는 것도, 비용을 계산해서 부담하는 것도 제가 해야 하죠. 이런 걸 생각할 때 지금이 가장 행복한데 가장 힘든, 양면적인 시기인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러면 어떻게 그 책임을 감당하고 계신가요? 책임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진짜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지금 인생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임이 너무 무거운 일이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의 과정에 있는 거라면, 그걸 해야 하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시험기간이잖아요. 저는 시험 끝나고 연말에 진짜 놀고 싶거든요. 그러면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죠.


책임을 마땅히 감수할 만큼 자유를 중시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아까 한국에 와서 이전보다 자유롭다고 하셨는데,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사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일본에서는 유학생 커뮤니티에 갈 수 없는데, 여기서 저는 유학생이니까 유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랑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오히려 외국인이라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한국인과 일본인은 닮았으니까, 제가 먼저 얘기를 안 하면 제가 일본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서 외모 때문에 차별받은 적도 없고요. 다만 봉사활동 등의 대외 활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 ‘나는 외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일본에 있었을 때는 제가 외국인이 아니니까, 외국인이 약자의 입장일 수 있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막상 여기서 외국인이 되어보니,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로벌 시대니까 해외에서 사는 외국인도, 근무하는 외국인도 많잖아요. 그래서 세계적으로 외국인의 권리를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맞는 말씀이세요. 이제부터는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게요. 취미는 무엇인가요?

   우선 프랑스어랑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어서, 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중국어는 적당히 할 줄 아는데, 프랑스어는 처음에 정말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한국 드라마랑 K-pop 좋아해요. J-pop은 거의 안 들어요.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해요. 기숙사 운동장이 조깅하기 좋아요. 산책도 좋아해서 한강을 진짜 좋아하는데, 거의 친구들이랑 가서 막상 산책은 안 하고 치킨 먹고 사진 찍고 하죠. (웃음) 한국 구경도 많이 해요.


그렇군요. 그럼 한국에서 갔던 장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까요?

   다 좋았긴 한데, 서울에서는 종로구 쪽을 좋아해요. 한옥 마을도 있고, 경복궁이나 다른 건물들에 있는 한국의 전통적 분위기가 좋아요. 거기서 한복 입고 사진 찍거나, 전통적인 분위기의 카페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홍대, 성수, 잠실 같은 데도 재밌는데, 그런 곳은 도쿄에서도 찾으면 있을 법한 장소니까요.


언어와 문화에 정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 중 어떤 것에 먼저 흥미가 생기는 편인가요?

   글쎄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근데 저는 언어나 문화보다 사람이 먼저인 것 같아요. 그 나라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제일 강해요. 그 덕분에 언어도 공부하고 문화도 체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화하고 싶어서 언어를 배우고, 그 사람이랑 얘기하면 문화를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한국어 배웠을 때도, 물론 한국 드라마 덕도 있었지만 한국 여행을 할 때 한국 사람들이랑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문화도 언어도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데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도 유익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네. 저는 엄청 어렸을 때부터 말하기를 좋아했고, 가족 중에 외국에 나가 있거나 해외에 계신 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특색과 장점이 하나씩은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이신가요?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일본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건 진짜예요. 그리고 대학원에는 안 갈 거예요.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취직할지, 아니면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여행을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아직 딱 이거다 싶은 계획은 없어요.


어떤 걸 해보고 싶으신가요?

   하고 싶은 거라기보다 되고 싶은 것에 가까운데, 여행을 좋아해서 승무원이나 호텔 직원이 되고 싶어요. 근데 UN과 같은 국제기구에도 관심이 많고, 제가 뉴스 보는 거랑 말하는 걸 좋아해서 아나운서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럼 인생 목표는 있으신가요?

   행복하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게 목표예요.


좋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는 한국에 와서 너무 좋고, 제가 한국어를 잘 못해도 같이 있어주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요. LnL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도 좋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랑 만나면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있어서인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국에 잘 적응했으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익숙한 곳을 떠나 연고 없는 낯선 세계에서 홀로 서야 한다는 막막함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노력하는 그의 동력은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에 있었다. 흥미로운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넘어 정치를 공부하려 하듯, 미지의 영역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사람. 그런 그는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알고, 서슴없이 소통하며 상대의 특색을 발견하는 재미를 안다. 

   이렇듯 LnL 내 다양성의 산증인임과 동시에 포용적인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이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그의 태도야말로 이질감을 터부시하고 타인을 배척하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하고픈 것도, 관심사도 많은 호기심 넘치는 그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삶을 잘 가꿔나가길 응원하겠다. 



*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학부생들이 자율적으로 세미나를 계획하여 개설하는 교과목. LnL에서는 2학기에 구성원 모두가 학생자율세미나를 수강하여야 하며, 세미나 개설 신청 학생을 개설책임학생이라 한다.

** 공동체를 대주제로 한 명사의 강연을 듣고, 반별 토론을 진행하는 교과목.




코바야시 아오이 こばやしあおい

  -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23학번이자 

LNL 3A 반의 구성원.


LNL 학생자율세미나 ‘일본어, 일본문화배우기’

개설책임학생


글로벌 문화기획단 ‘아우르기’의 단원이자, 

G50 K-Academy의 일본 유학생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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